[정치쏙쏙] ‘새로운 길’ 언급 北, 美와 강대강… “비핵화 대화 접을 수도” 분석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한이 ‘새로운 길’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접고 자력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도 최근 북한과 상황에서 “최악에 대비한다”며 강대 강 대치국면에서 북미 실무접촉이 이뤄질 것인지 주목된다.

13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2019년 정세 평가와 2020년 전망’ 자료에서 북한의 전원회의 개최에서 말폭탄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반전의 계기 없이 전원회의가 개최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 종료 선언’ 등 미국과 관련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해 한반도 전망은 긴장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략연은 이달 하순 개최를 예고한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4월 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결정한 것을 대체하는 새 전략노선의 채택을 주목하며 “새로운 길은 대내외 전략을 조합한 포괄적 국가전략이며 상대의 대응에 따라 변화하는 융통성 있는 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북한이 연말 시한을 정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시키기 위한 명분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략연은 북한이 “당분간 핵 활동을 재개 로켓 시험장 개보수 등 저강도 조치가 예상된다”면서 “행동에 나선다면 전략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이 강한 도발을 시도한다면 최소 2020년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고 대선 이후 새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北 ICBM 카드에 반발한 美

북미 간 대화 재개 기대감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북한이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혔고,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이 다시 ICBM 시험 발사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2년 만에 북한 도발을 규탄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했다. 켈리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대사는 11일(현지시간)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강조했다. 미국은 그간 북한의 미사일 시험들에 별다른 대응 없이 지켜봤지만 이번은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강대 강’ 대치 속에 북한이 ‘새로운 길’로 선회를 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됐다”는 말로 대화의 문을 동시에 열어놨음을 강조했지만,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셈법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은 이달 말경 북미대화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 통화에서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이 분명치는 않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강화해서 자력갱생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중대시험을 했다’고 했는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공위성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 우주 이용 주권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를 받아가며 미국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연말시한을 제시했기 때문에 미국에 기회를 줬지만 비핵화 대화는 끝났다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고 과거에도 영원히 만나지 않겠다고 하고선 다시 대화에 나서는 모습이 여러 번 있었다”고 덧붙였다.

◆방한 비건, 北접촉 어려울듯

북미 간 대치국면에서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북한 실무진과 접촉할 가능성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15~17일 2박3일간 한국을 방문한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6일 비건 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개최한다. 양국 수석대표는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방안에 대해서 협의할 계획이다.

특히 비건 대표는 이번 방한에서 북한과 접촉할 것인지 주목된다. 북미 실무진이 다시 만난다면 이는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소득 없이 종료된 후 약 2개월만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한 ‘연말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건 대표의 방한으로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진다.

문성묵 센터장은 “비건 대표가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은 미지수”라면서 “북한이 만남을 위한 만남을 하지 않겠다했고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상황에서 새로운 협상안이 없으면 대화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