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하는 美-러 외교수장.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美-러 외교수장.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미·러 외무장관 워싱턴서 회담 후 기자회견

폼페이오 “北 ICBM 등 도발 않고 약속 지켜야”

라브로프 “체제 안전 보장 등 상호적 조치 필요”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FVD) 목표’라는 총론에선 뜻을 같이 했지만, 각론에선 다소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미국은 북한에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촉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한 반면 러시아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비핵화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체제 안전 보장 등 ‘상호적 조치(reciprocal measures)’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에서 양자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제재 이해 문제와 북한의 적대적 행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이견을 노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정한 ‘연말시한’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등 적대행위 가능성 등 우려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비핵화를 약속했다”면서 “우리는 김 위원장이 장거리미사일 시험이나 핵실험은 없을 것이라고 한 약속을 지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계속해서 대화할 수 있는 협상 메커니즘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면 북한에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원론적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교착 상태에 있는 북미 간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대북제제 이행 문제와 관련해선 러시아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대북제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지, 그 자체로 미국의 제재가 아니다. 이 제재들은 러시아가 스스로 투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해 모두 추동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행에 관해서 해야 할 더 많은 일이 항상 있다”면서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시한이 오는 22일이다. 러시아에 있는 많은 북한 노동자에 대해서도 그들(러시아)이 그것을 완료하고 완전히 준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달리 라브로프 장관은 북미 직접 대화의 필요성과 이를 촉진할 의향을 드러내면서도 ‘상호적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르게이 장관은 “우리는 대화가 상호적 조치라는 생각을 따를 때만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면서 “북한에 모든 것을 지금 당장 하라면서 그 후에야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그리고 나머지 문제로 갈 수 있다고 요구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 북한이 원하고 있는 제재 해제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고 단계적 접근을 모색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북한 지도부에 자제를 요구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출처: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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