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예산국회로 돌입했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크다.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원내교섭단체 3당 합의로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15명을 인선·구성하고 첫 회의에 들어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순삭감 목표액 14조 5000억원을 제시하고 대북 예산, 일자리사업 예산 등을 감액해 내년도 예산이 500조원을 넘지 않도록 하자는 방침을 들고 나섰는바, 이에 대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나라 살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쏟아내고 있다. 예산소위 개최 첫날부터 여야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예산소위는 본회의 예산심의에 앞서 20여일간 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513조 5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을 실질적으로 정밀 심사하는 기능을 가진다. 예산 수정안을 만드는 임무가 주어지는 만큼 내년도 예산 심의 전반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예산소위 위원은 원내교섭단체에서 배정하는 관계로 이번 소위에서는 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등 총 15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평화당에서는 소속 예산소위 위원이 없어 15명 소위 위원 중에서 호남지역은 1명밖에 없는 관계로 지역차별이라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 심의를 두고 한치 앞 모르는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에서는 ‘돈 안 쓰는 부처에 불이익을 준다’는 등으로 몰아붙이며, 확장재정 정책을 내년도 예산 책정에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예산 심의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전국 민생 투어를 돌면서 지역민원 사업 410개를 받아 134조 상당액을 예산안에 반영했으니 한국당에서는 총선 보따리라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그냥 뒷짐 지고 물러설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년도 예산에서 일자리예산 등을 칼질하고 도려내 불요불급한 예산은 전액 삭감한다는 것이니 여당 입장에서도 호락호락 물러설 수 없는 예산전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지난해에도 ‘20조 삭감’을 외쳤다. 그러다가 막판에 가서 쪽지예산, 밀실예산으로 지역구 사업을 챙기더니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7000억원을 빼는 선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경기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예산과 생활SOC사업 등은 필요한바, 한국당이 무조건 깎겠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테고, 또한 60조 빚을 내 확장예산 정책에 몰두하는 여당도 미래세대에 빚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일이다. 특히 내년 총선 보따리를 챙기기 위한 고삐 풀린 예산 확장은 더욱 곳간을 축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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