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100년사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국정농단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이었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적폐 청산을 내걸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정운영 결과는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딱이다.

문 정부는 대통령 지시 1호라는 헌법 위의 특별명령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남북정상회담은 현재까지 답보상태로 북한의 질만 잘 못 들여놨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을 믿지 못하는 북한은 수시로 방사포를 쏘아대며 시위하고 미국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상만 가득한 경제정책은 현실에 무릎을 꿇었다.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표방했지만, 정규직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모두 잘라 그나마 있던 일터마저 잃은 실업자들이 대거 늘었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표방했지만, 중소업체,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으며 비명을 질렀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검찰개혁은 개혁당사자와 그 가족의 혐의가 들춰지면서 기동력을 잃었다. 한 때 검찰개혁 최적임자로 거론된 조국 전 장관은 퇴임 한 달 만에 검찰에 출석하는 처지가 됐다. 조국 전 장관 딸로 불거진 입시논란은 정시확대라는 뜻밖에 결과를 냈다. 문 정부 출범이후 경제문제, 남북문제, 입시문제 등 민생과 관련된 대형 이슈들은 이렇듯 거시적 안목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됐고 논란은 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 사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있는데 개개인의 의견을 듣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그러나 국회가 일을 하지 않고 정쟁에만 빠져 있으니, 이번 국민과의 대화가 민생의 쓴소리를 가슴으로 듣는 자리가 되길 바랄 뿐이다. 세종임금이 대왕으로 추앙받게 된 것은 백성의 마음을 읽는 진심과 상하없이 인재를 등용할 줄 아는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나라 발전에 가장 적합한 인사를 등용하고 쓴 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그저 또 하나의 쇼로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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