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해 13일 오후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앞서 황교안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4월 말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회의를 방해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고발된 사건이다.

패스트트랙 폭력사태와 관련해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고소·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60여명이다. 이미 경찰과 검찰이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그동안 이를 거부했다. 심지어 당론으로 검찰조사를 거부한다는 의견까지 냈었다. 명색이 ‘보수’를 지향한다는 자유한국당이 법치의 원칙을 정면에서 짓밟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처음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도 귀를 의심케 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권의 무도함을 역사는 기억하고 심판할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무슨 궤변인가.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절차다. 그것도 자유한국당이 앞장서 만든 것이다. 아무리 논의를 해도 합의가 안 되니 결국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이다. 설사 그런 국회법 절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폭력으로 막으려 한 사람들이 누군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국회 폭력사태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인가.

그리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명색이 법률가 출신이며 4선 의원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무시하고 의회민주주의의 적폐인 폭력사태를 주도하고서도 이 무슨 황당한 궤변인가. 단순한 정치공세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일리는 있어야 한다. 하물며 검찰청사 앞에서 하는 발언이 이런 수준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역사의 심판은커녕 당장 검찰과 법원의 심판부터 받아 볼 일이다.

패스트트랙 폭력사태는 사안이 엄중하다. 국회법에 처벌규정까지 무겁게 적시한 것도 국회 폭력만큼은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국민과 정치권 합의의 결실이다. 이제 그 첫 시험대에 나경원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올랐다. 그 어떤 변명과 궤변도 국회폭력을 덮을 수는 없다. 검찰도 국회폭력의 편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의 출마 여부가 쟁점이 아니다. 이참에 검찰조사까지 거부하고 있는 오만한 정치권력의 폭력사태만큼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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