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들에게 인권은 사치품이었다. 적어도 이번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발표한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결과 초·중·고 선수 1만 9687명이 언어·신체·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인원은 2212명으로, 초등학교 선수만 해도 438명(2.4%)이었다. 중학생 선수의 경우 강간피해 5건이 있었고, 성관계 요구도 9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학생 선수는 성관계 요구 9건, 강간 1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올해 2월 조재범 빙상 코치의 선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 폭력, 성폭력 사건의 근절과 인권보호 체계 마련을 위해 진행됐다. 그나마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성폭력 수치는 약 10년 전 조사결과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2008년 5~10월 전국 중고등학교 선수 1139명을 대상으로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898명(78.8%)이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경험은 63.7%(725명)나 됐다.

이미 10년 전 충격적인 체육계 폭력, 성폭력 실태가 밝혀져 인권위가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도 사실상 관리와 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10년 전 조사결과에 국가와 언론이 좀 더 주목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체육계 성폭력, 폭력 등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인권침해 행위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

인권위는 “학생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음에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인권침해를 근절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이다. 그간 사회적 방관이 학생선수 인권피해를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 폭력과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시스템을 만들고, 강력한 처벌시스템을 작동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학생선수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며, 대한민국 체육계의 꿈나무들이다. 그들이 멍들면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도 멍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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