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와 관련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십년 만에 화성살인사건이 집중 조명 받으면서 장기 미제에 갇혔던 사건들이 제대로 추적이 되고 미제사건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한 것을 계기로 미제사건전담팀 인력을 보강했다며 뒷북치듯 조직을 추가 개편했다. 경찰은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과 이형호 군 유괴사건 등 남은 미제사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서울청 광역수사대 밑에 4개 팀을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미제사건은 기한을 두지 않고 사건의 진상과 범인의 실체를 확인할 때까지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미제사건전담팀이 과학수사를 추구하고 탐문수사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리 국민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퇴직한 수사관들도 경찰이 조금만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미제사건의 용의자를 더 많이 붙잡을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수사력의 한계, 인원의 한계, 과학수사의 한계는 이해는 가지만, 결국 경찰이 미제사건을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뚝심, 책임감,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국민은 여러 번 느끼고 있다.

12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서는 장기 미제 실종으로 남아 있는 양산 여학생 실종 사건을 재조명했다. 다양한 제보와 더불어 가장 마지막으로 사라진 두 소녀를 목격했던 한 중년 여성은 13년 만에 ‘그알’에 제보하며 2006년 멈춰버린 아이들의 흔적을 다시 추적했다. 방송을 보고 있는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는 왜 방송추적팀이 경찰보다 더 능력 있고 미제사건을 잘 파악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잘 풀고 있는 느낌을 받을까. 방송에서도 경찰은 초기수사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두 소녀가 납치가 아니라 단순 가출 가능성을 시사하고 “좀 더 기다려보자”며 골든타이밍을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실종 이틀이 지난 뒤에야 경찰은 주변, 저수지, 야산 등을 대대적으로 수색했지만, 아이들의 행방을 13년이 지난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3년 만에 이춘재가 용의자인 것을 파악한 경찰은 전체적으로 전문 수사인력, 미제사건의 핵심 역할인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크지만 전문 인력을 여전히 갖추지 못하고 수사에 임하는 듯 보인다. 특히 전라남도는 배치된 경찰 프로파일러는 단 한 명도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 8월까지 전국에 배치된 프로파일러는 단 35명으로 나타났다.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영화 ‘양들의 침묵’ ‘추격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프로파일러들이 용의자와의 대면조사에서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를 뜻하는 ‘라포르(Rapport)’를 형성해 얼마만큼 명확한 자백을 받아내느냐에 따라 사건 해결의 속도가 빨라지고, 미제사건도 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프로파일러 수가 부족하니, 미제사건은 더 쌓이기만 하고 있다. 전라남도 내에서 해결되지 않은 미제사건은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총 1만 8810건에 이르고 있어 사건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춘재·고유정 사건 등 핵심적 사건들도 경찰의 실종 초동조치와 본격적인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많이 발견됐다.

장기미제사건인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도 여러 사람들이 당시 경찰의 수색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행안위에서도 경찰의 초동수사부터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30여만명을 동원해서도 면밀히 보지 못했다면서 초동수사가 정말 중요한데 경찰의 실수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신고자나 제보자, 목격자의 진술을 무시하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알’에서 방송된 내용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잡을 수 있었던 적지 않는 용의자들을 놓친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은 경찰이 조금만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노력이 조금만 더 보태졌다면 미제 사건을 줄일 수 있었다고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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