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K-드라마, 한국 영화산업의 붐으로 몇 년 사이 많은 청소년들이 배우가 되기를 희망하며 연기예술과, 연극영화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졸업 후 바로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또한 배우가 될 것이니 대본을 통한 실기만 노력하면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대본만을 통한 실기 연습만 고집한다면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큰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 대본만이 아닌 배우 스스로가 지닌 감정, 경험, 백스토리, 인문학적 소양, 지식을 연기로 승화시키며 완전체인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즘은 꼭 영화와 TV드라마가 아니라도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관객들은 좌중을 압도하는 에너지와 생동감 있는 캐릭터 연기를 기대한다. 배우 지망생 역시 시청자나 관객이 시대적 삶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의 연기에 박수쳐주기를 고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 속의 캐릭터를 잘 분석하고 지망생 스스로가 지닌 끼와 개성을 연기 퍼즐 조각에 잘 맞춰야 한다. 남이 하듯이 따라하는 뻔한 연기 패턴과 스타일로는 주목받을 수 없다.

남이 시도하지 않은 캐릭터, 표정, 발성, 개성으로 제도권 시장 안에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합격을 통해 데뷔를 꿈꿔야 한다. 할리우드 배우를 연구해도 좋고, 90년대 한국 배우를 분석해도 좋다.

배우가 되는 길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으며 절대 강자나 약자 없이 모든 대중에게 기회를 주는 평등 구조 시스템도 아니다. 창조력과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장점을 어필하고 내공을 통한 경쟁력이 지망생에게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대학로 소극장에서부터 경험을 쌓아라. 무대가 적다고 관객이 적다고 배역이 적다고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조그만 연극무대 위에서 하나둘씩 경험하고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의 진가를 찾고 영화와 TV드라마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합격률이 보장되지 않지만, 무작정 영화와 드라마에만 꽂혀 대중에게 빨리 달려들기만을 바란다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배우 지망생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망상을 버리고 작은 무대부터 찾아 풍부한 경험에 직면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단단해지고 경쟁력을 높이며 포장하지 않은 채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연기를 선물해야 한다.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연극은 현재 외면받고 있다. 배우들이 살아 숨 쉬고 세상 속 현대 인간들의 분노, 갈등, 희망을 언어와 정서를 통해 전달하는 연극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과의 경쟁에 밀려, 심지어 배우 지망생조차 가까이하지 않고 있다. 리얼리티를 되새김질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생생한 연극에 지망생들은 주목하고 풍부한 경험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작은 연극을 통해 지망생들은 캐릭터를 발굴하고 각자의 대답들에 근거를 두고 자신만의 반응과 해석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야 한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연극을 통해 연기를 배워야 한다.

작은 연극 속에 강한 힘을 발휘할 때면 관객들은 과거와 현재의 경험에 빠져들며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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