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현재 한국 공연계, 영화계에서 문화예술의 근간인 자율성과 다원성이 보장되고, 추구하려는 창작성이 보장되는지 의심스럽다. 가까운 멀티플렉스에 가보면 CJ, 롯데, NEW, 쇼박스가 배급한 영화들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제 영화 제작은 물론, 투자·배급·상영까지 대기업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관객과 마주하기 쉽지 않다.

스타마케팅과 스케일에만 크게 주목하는 대다수 관객들의 시각도 문제다. 상영횟수가 많거나 많은 관객들이 관람하는 작품, 평점이 좋다하면 별생각 없이 몰려가는 경우가 많다. 저 사람이 봤으니, 나도 볼까 하는 모방심리와 같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계열사 영화들에 우선권을 줘 계열 영화들이 상영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수직계열화 현상의 지배구조 문제점과 공정하지 않은 시장경제로 소형영화들은 극장에 내걸려도 1주일 이상 버티기 힘들다. 또한 저예산 영화는 개봉 직전 예매를 열어주니 예매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관객으로서의 향유권과 문화예술의 보편적 접근을 통해 다양성을 경험하고 영화 예술을 즐길 기회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화의 제작환경,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이 개선되면서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표현하는 퀄리티는 발전했지만,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문화예술의 다양성 확대와 관객들이 순수한 영화 예술을 즐길 기회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들, 중소 영화제작사 스텝들, 저예산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방향성과 추구하는 창작성과는 다른, 돈이 지배하는 수익구조 체제 안에서 제작사와 투자사의 눈치를 보며 대중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대학로 연극, 뮤지컬 역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대학로에 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들이 월세를 상향하자, 연극, 뮤지컬 공연을 희망하는 많은 예술인들이 대학로를 떠나고 있다. 최근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급감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고 배우와 스태프에게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관객들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제작되는 다양한 콘텐츠에 직면하며 단순해 보이는 대학로 연극과 뮤지컬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시대는 빠르게 변했지만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대학로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객이 줄어들고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대학로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대학로 예술인들도 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연운영의 기능을 살리고 관객들이 주목할 수 있는 콘텐츠 생산, 재미있는 창작작품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 보다 제도적인 탈바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대기업들의 대학로 투자가 절실하다. 대학로도 영화처럼 대자본이 유입되고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같이 멀티플렉스 씨어터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돈벌기와 관객 모으기에만 급급한 수직계열화 현재 구조를 변경하기는 불가하다. 상황이 그렇다면 대학로,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도 큰 상업영화 같이 마음 놓고 제작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대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상업작품만 편식해서는 안 된다. 양극화와 기득권·특권의식 앞에 무너진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소형 연극, 영화들에 관심을 두고 우리 이야기를 부르짖을 때다.

문화예술 시장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소비패턴을 고려한 플랫폼 다양화 등 진취적인 사업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영화, 대학로도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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