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침엽수림 숲길 모습. ⓒ천지일보 2019.8.8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침엽수림 숲길 모습. ⓒ천지일보 2019.8.8

경남도 최대 규모 산림박물관

“암 킬러세포 증진·아토피 완화”

여름철, 겨울보다 5~10배 발산

열대희귀종 빅토리아 수련 인기

1년 중 8~10월 3일만 꽃피워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국산 수목에서 해외 열대식물까지 국내외 3340여종, 31만 7000여본의 식물들이 숲속의 보약 ‘피톤치드’를 양껏 뿜어냅니다. 말기 암 환자들도 낫게 만든다는 이 치유력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경상남도수목원에서 숲 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심혜석 숲 해설가(52)는 7일 오전 침엽수림 편백이 펼쳐진 숲길을 걸으며 이같이 말했다.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에 있는 경남수목원은 101만 7748㎡(약 31만평) 규모로 ‘남부 최대 수목원’이다. 경남수목원 또는 경상남도수목원이라 불리는데 주민들은 진주 반성수목원으로 부른다고 한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전망대 주변 기암괴석 규화석과 연꽃밭 모습. 규화석은 ‘나무가 돌이 됐다’라는 뜻으로 나무의 원래 형태와 구조를 보존한 상태에서 실리카가 목질부의 공극을 채워 형성된 나무화석을 말한다. ⓒ천지일보 2019.8.8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전망대 주변 기암괴석 규화석과 연꽃밭 모습. 규화석은 ‘나무가 돌이 됐다’라는 뜻으로 나무의 원래 형태와 구조를 보존한 상태에서 실리카가 목질부의 공극을 채워 형성된 나무화석을 말한다. ⓒ천지일보 2019.8.8

연달아 태풍이 훑고 지나가면서 메말랐던 대지와 초목이 수분을 양껏 섭취하며 저마다 생기를 내뿜고 있다.

시련을 이겨내면서 수목마다 자신을 보호할 물질도 왕성하게 만들어낸다. 숲속에 거닐 때 우리 몸속에 스며드는 시원한 내음, 바로 ‘피톤치드’다.

심 해설가는 “피톤치드는 이로운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식물들이 각종 균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산하는 물질”이라며 “균을 공격하는 물질이지만 그 살균성이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로운 작용을 한다. 세균의 생육을 억제해 아토피 증상을 완화하거나, 암 킬러세포인 NK세포(Natural Killer)를 활성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서 더 많이 방출된다. 침엽수 중에서는 편백, 구상나무, 소나무, 잣나무 순이다. 특히 여름에 발산되는 피톤치드 양은 겨울에 비해 5~10배에 달한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산책길에 세워진 주상 절리석 모습. 주상 절리석은 화산 폭발 당시 용암이 흐르다가 해안 지역에서 바다와 만나 급격히 식어 굳어진 바위를 말한다. ⓒ천지일보 2019.8.8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산책길에 세워진 주상 절리석 모습. 주상 절리석은 화산 폭발 당시 용암이 흐르다가 해안 지역에서 바다와 만나 급격히 식어 굳어진 바위를 말한다. ⓒ천지일보 2019.8.8

경남수목원에는 침엽수 100여종 2360그루가 저마다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었다. 활엽수 350여종 8300그루도 산소를 만들며 초록을 뽐냈다.

대자연에 둘러싸여 굽이굽이 펼쳐진 숲길을 걸어본다. 향기로운 꽃향기와 수목의 푸르른 기운에 정신이 맑아오며 호흡이 상쾌해진다. 심신치유와 재충전에 이만한 공간은 없을 것만 같다.

침엽수원과 활엽수원을 1시간가량 누비며 마침내 수련원(垂蓮園)에 도달했다. 이곳은 600㎡ 규모로 물 위에서 잎과 꽃을 피우는 ‘수련’을 한데 모아 놨다. 유리 온실로 돼 있어 4계절 관람이 가능한 곳이다.

수련원에서 운 좋게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열대희귀종 빅토리아 수련의 연꽃도 볼 수 있었다. 꽃의 지름은 30∼40㎝로 수련 중에서 가장 큰 잎과 꽃을 자랑한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수련원(垂蓮園) 내 열대희귀종 빅토리아 수련의 연꽃 2일째 모습. ⓒ천지일보 2019.8.8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수련원(垂蓮園) 내 열대희귀종 빅토리아 수련의 연꽃 2일째 모습. ⓒ천지일보 2019.8.8

빅토리아 수련은 1년 중 3일 동안만 꽃을 피운다. 첫째 날에는 해질녘이 되면 꽃을 피우기 시작해 2일째부터 붉게 물들다가 3일째가 되면 완전히 시들어 물속에 잠긴다. 꽃 모양이 마치 왕관 같아서 이 광경을 ‘여왕의 대관식’이라고 부른다.

빅토리아 수련 잎은 지름 1∼2m 사이로 자라며, 최고 3m까지 자란다. 쟁반처럼 물 위에 떠 있는 형태로 잎맥에는 공기층이 있어 사람이 위에 앉아도 될 만큼 튼튼하다.

수련원에는 빅토리아 수련 등 열대수련뿐 아니라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양치식물, 열대식물 등 총 276종 5300여본의 다양한 식물이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수목원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산림박물관, 야생동물관찰원, 산림표본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산림박물관은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산림·임업에 관한 모든 자료가 전시돼 있어 어린이 체험학습에도 좋다. 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지저귀는 산새 소리, 바람 소리, 흔들리는 나무 소리가 들려와 마치 숲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각 전시실에 시청각실이 있어 자연을 체험하고 학습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수련원(垂蓮園) 내 열대희귀종 빅토리아 수련의 연꽃 3일째 모습. ⓒ천지일보 2019.8.8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경상남도수목원 수련원(垂蓮園) 내 열대희귀종 빅토리아 수련의 연꽃 3일째 모습. ⓒ천지일보 2019.8.8

진주혁신도시에서 찾아왔다는 김모(33, 진주시 충무공동)씨는 “다양한 종류의 초목들을 접할 수 있고 동물원도 있어 가족과 매년 찾아온다”며 “온실과 박물관에 체험거리도 많아 아이들이 재밌어한다. 가족과 함께 자연을 느끼기에 이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남수목원은 전문해설가가 동행하는 숲 해설프로그램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숲 해설프로그램은 숲에 대한 이해와 의미를 쉽게 알려주는 체험학습으로, 참여자에 맞춰 코스를 정해 1시간가량 진행한다.

자연과 숲이 좋아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서모(27, 창원시 마산구 내서읍)씨는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숲 해설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소식을 지인에게 듣고 휴가에 맞춰왔다”며 “규모가 너무 커서 하루 만에 전체를 다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열섬현상과 함께 끈적끈적하고 후텁지근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시원한 삼림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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