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가 있고 점잖다’는 뜻의 진중(鎭重)하기로 정평 나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중하지 못한 말로 정쟁을 불러일으키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매사 언행에서 진중함이 트레이드마크인 황 대표는 지난주 숙명여대에서 가진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이란 특강으로 9년 전에 대기업에 취업한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고, 그 내용 중에서는 그럴듯하게 포장해 말했던 것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 정치권과 청년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 대표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좁은 취업문과 대기업 등 좋은 직장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좌절하지 않고 희망과 기대를 갖고 열심히 하라는 의도는 좋았다. 또 그런 의미에서 학점과 토익점수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는 게 취업에 도움 된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특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스펙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사회적 활동과 특성화된 역량을 쌓는 등 고루 갖춘 경력 덕에 KT에 취업하게 됐다는 주인공이 바로 황 대표의 아들이고 보면 당시 법무부장관인 아버지의 스펙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세간의 의심도 따른다.

황 대표 아들은 학점과 토익점수가 특별히 우수하지 않았어도 특성화된 역량 등 경력으로 2012년 1월 KT 마케팅 직군에 취업했고, 입사 1년 만에 법무실에 배치됐다. 사실이 그렇다보니 지난 3월 18일 황 대표의 아들의 KT 법무실 근무에 대해 한차례 의혹을 제기했던 KT새노조가 21일에는 “황 대표의 아들이 학점과 토익점수가 낮거나, 축구를 잘 했느냐와 무관하게, 아들이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 법무팀에 배치된 배경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성명을 냈던바 공교롭게도 KT 이석채 회장 등이 당시에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점에 아버지는 수사하는 쪽에, 아들은 수사받는 기업의 법무실 근무 구도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황 대표의 아들이 능력을 인정받아 KT에 취업했고, 대학 때 전공을 살려 법무실에 전보됐다고 해도 차기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급부상한 정치인 아버지가 자식의 취업사례를 밝혀 곤경에 처한 꼴이 되고 말았다. 말실수를 거듭하고 있는 황 대표이다. 이제는 그 문제가 개인 문제를 떠나 사회이슈가 됐으니 정치인의 언행이 신중해야함은 옛 명언의 교훈을 또 한번 떠올리게 하는바, 즉 노자의 도덕경 제27장 첫머리에 나오는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이다. 풀이하면 ‘길을 잘 가는 사람은 바퀴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뜻이니 본인의 재탕 해명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아들 관련 특강은 분명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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