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오후 출국했다. 오사카 도착 직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날 저녁 때 쯤에는 한중 정상회담 결과도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불과 일주일 전에 직접 평양으로 가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문 대통령에게 무슨 얘기를 할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 북핵 해법의 새로운 실마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최근 북핵 논의의 장에 중국 시진핑 주석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상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그만큼 축소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입지도 더 줄어들었다. 한국보다 더 친북적인 중국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과욕이 화근이 된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역부족도 지적돼야 한다. 그동안 중재를 어떻게 했길래 하노이 회담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 것은 이미 다 지났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오늘 한중 정상회담에 거는 관심도 거기에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방법을 시진핑 주석은 분명하게 전달 받았을 것이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주말에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깊게 논의를 해야 한다. 북미간의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미국이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놓고 세세하고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그 바탕위에서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의 최종 조율을 하는 것이 옳은 방식이다. 그래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같은 해프닝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좀 더 냉철해야 한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내놓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당위성과 추상성, 근거 없는 낙관론에 매몰된 북핵 해법은 그만둬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래야 중재의 공간이 넓어진다. 그리고 통일부는 너무 앞서지 말아야 한다.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하자던 남북정상회담 얘기는 실없는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우리 정부의 조급성만 드러냈으며 통일부에 대한 신뢰만 추락시켰다. 이번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문 대통령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보여주기 식의 이벤트나 막연한 공감으로는 큰 성과를 낼 수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이고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북미 양쪽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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