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갑부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만수르보다 돈 많은 석유왕자로 불린다. 연로한 사우디 국왕을 대신한 실세이기도 하다.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야망이 큰 인물로도 알려진 빌 살만 왕세자는 지난 4월 비전 2030이라는 탈석유 국가경제 개조 플랜을 공개했다. 석유 중독에서 탈피해 지식기반산업과 관광산업, 스마트 도시 건설 등으로 사우디의 경제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은 지식기반산업과 스마트도시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나라인데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도 이번 방한에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한 동안 문 대통령을 만나 정보통신기술, 원전, 수소에너지, 친환경, 문화, 교육 등 다양한 교류 확대방안을 협의했다. 그는 방한 동안 무려 10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우디는 메가 원전시장이기도 하다. 사우디에 원전을 건설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기술과 사우디의 자본을 결합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하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지만 국내 탈원전 정책이 걸림돌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가면서도 원전 수출은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자국이 배척하는 원전을 타국이 거부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계약에서 우리나라가 단독수주를 놓친 데는 탈원전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주 나오는 비판이 무모하고 즉흥적인 정책이 남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전기술국이 되기까지 엄청난 투자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완성한 단계에서 환경단체의 감성적 반대에 동조해 정부가 탈원전을 공표하면서 핵심인력 및 기술 유출, 원전생태계 파괴, 원전수주 제로화, 원전시공능력 상실 등 막대한 손실을 부르고 있다. 원전기술은 이미 안전과 효율이 입증된 기술이기도 하다. 혹자는 탈원전 정책을 국익자살이라고도 부른다.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탈원전 정책이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 것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막대한 국익 손실을 안기는 탈원전 정책을 이제라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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