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 이후 자신의 음악적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양현석은 자신의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던 서태지를 만난 후 당시 가요계를 휩쓸고 97년 YG 설립 이후 국내 3대 연예기획사로 불리며 많은 뮤지션들과 히트곡들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YG 내의 마약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소속 가수의 관리 소홀,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마치 잽을 맞다가 큰 어퍼컷을 맞은 복싱선수처럼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을 잃어 비틀거리는 와중에 성접대 의혹까지 직면하면서 YG는 링 안에 K.O 직전에 놓여 있다.

20여년 넘게 돈과 명성, 인프라 등 연예계에서 모든 것을 쥐고 있었던 YG는 법을 뛰어넘는 왜곡된 생태계에서 마치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승자의 위치에 있을 미래를 꿈꿔왔지만, 사업에 너무 욕심을 냈던 승리의 버닝썬 사태와 소속 아티스트 비아이(김한빈)의 마약 투약 혐의, 마약 구매 여부와 양현석의 수사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양현석은 대표직을 내려놨다.

YG는 버닝썬 게이트와 마약 사건 등 곪아 터진 고름 치료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을 것이다. 다리에 막 터지기 시작한 고름을 치료해 다시 걷는 정상적인 삶을 기대했지만, 해외투자자 성접대 의혹의 배후가 YG라는 보도와 제보들이 연이어 터져나오며 이제 더 이상은 양현석도 손을 쓸 수 없는 다리 절단의 위기에 놓여 있게 됐다.

기획사들은 글로벌하게 앞만 바라보며 음악을 만들고 아티스트들을 양성하며 돈을 벌고 있을 때 정작 관리하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윤리의식과 도덕적 기준은 사라져버리고 그저 인기와 겉모습에만 치중했을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갑자기 찾아온 인기와 경제력에 아티스트들이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 YG는 그들의 일탈을 관리하고 로드맵을 통해 인성교육과 자제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곧 YG 양현석 전 대표프로듀서에 대한 경찰조사가 임박해있다.

경찰은 마약수사와 더불어 YG 직원이 기획해 업소 여성 10여명이 원정 성접대를 다녀왔다는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YG가 정마담을 시켜 지난 2004년 10월 강남 유흥업소 여성들을 모아 말레이시아 재력가 조 로우의 초대에 원정 성접대 팀을 꾸려 보냈는지, 동행 여성들은 적게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지급받았는지, 그 후 YG는 재력가 조 로우로부터 어떤 투자를 받았는지 등 배후세력과 개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버닝썬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YG에 대해 많은 팬들이 실망한 이유는 이미 드러난 각종 증거를 은폐·폐기했다거나 경찰과 유착해 뒤를 봐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의 마약 등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적극 해명에 나서며 소속 연예인을 보호했다. 한두번 YG의 해명을 믿고 이해하려했던 팬들은 더 이상 해명이 아니라 YG의 변명이라는 답을 찾았고, 이제는 그들의 말을 신뢰하기보다 의심부터 하기 시작한다.

양현석 전 대표프로듀서가 YG엔터테인먼트에서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는 현재 YG의 최대주주며, 앞으로도 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한다. 양 전 대표는 현재 직면한 사건에 ‘꼬리자르기’로 뒤에 서지 말고, 앞으로 당당히 나와 국민 앞에 진실을 말해야 한다. 아티스트이건 기획사이건 한번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생존하기 어렵다. 이제 YG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는 것에 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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