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현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안쓰럽게 삶을 살아가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이야기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유진박은 1990년대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다. 8세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했으며 13세에는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공연했다. 1997년과 1998년에 발매한 앨범은 총 100만장 이상이 판매됐던 레전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 유진박은 잊혀져가는 기억 속 아티스트가 됐다. 그러던 2009년 7월 네티즌들은 유진박이 지방의 소규모 행사, 유흥업소, 무료 행사장을 전전하며 소속사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그를 아꼈던 많은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더 놀라웠던 것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2013년 4월에 부산의 한 곱창집에서 남루한 행색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은 유진박이 처했던 현실을 그대로 방증했다.

MBC 스페셜로 인해 밝혀진 유진박의 현재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유진박의 일상은 또 다시 충격 그 자체였다. 유진박의 지인은 현재 유진박의 상황을 전하며 “유진이는 자기가 번 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본인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돈이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표현하면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유진이가 앵벌이를 하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유진박의 지인은 유진박이 여전히 노예 생활을 하며 이용당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그를 보호하고 구해야만 한다는 마지막 구조신호를 보냈다.

유진박의 과거를 돌아보면, 예술만 했던 유진박에게 사회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 돈을 관리하는 방법,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나쁜 사람들로부터 이용당하지 않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건 정말 어려운 난제일 수 있다. 현재 매니저 김씨는 유진박을 한국 무대에 세운 사람이었으며, 전 소속사로부터 학대와 사기를 당했을 때 힘이 되어주고 유진박과 브로맨스도 과시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유진박의 현 매니저 김씨를 사기와 업무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매니저 김씨는 유진박 명의로 약 1억 800만원 어치의 사채를 빌려 쓰고, 최소 7억원을 갈취했으며 유진박 소유 부동산을 낮은 가격에 팔아 시세 대비 차액만큼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문제는 향후 유진박의 미래다. 집 모든 벽에 알 수 없는 낙서를 쓰고 조울증에 시달리며, 여전히 사회생활을 하기 벅찬 천재 아티스트 유진박을 이제는 시민단체, 장애인인권센터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케어링서비스’를 실시해 관리해야 한다. 누가 봐도 유진박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상적으로 관리하고 추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믿었던 매니저 김씨도 결국 유진박의 능력과 음악적 에너지를 활용해 돈을 갈취했고 자기관리가 불가한 유진박은 그저 앵벌이를 당하며 완전히 이용당한 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유진박은 약을 먹으며 조울증을 조절하고 있다. 유진박은 10대 소년 같은 감성을 가지고 여전히 예술적 영감을 떠올리며 음악을 사랑한다. 인터뷰에서 유진박은 독창적인 음악을 좋아한다며 어떤 노래는 예측이 되는데 그건 지루하다며 남다른 천재성을 뽐내기도 했다. 김씨는 유진박의 재산을 마치 자신의 재산인 것처럼 마음대로 축적하고 도박으로 탕진해버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은 더 이상 ‘불쌍해서 못 보겠다’는 이미지를 팬들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앙코르를 요청하고 유진박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그의 화려한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유진박을 치유하는 건 좋은 친구들과 음악이다. 더 늦지 않게 정부와 사회에서는 유진박에게 친구와 음악을 연계하는 ‘유진박 케어링 서비스’를 당장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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