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톱 A급 배우는 아니지만, 강지환은 지난 17년간 남들이 부러워하는 순탄한 배우 생활을 이어갔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주연을 맡고 말끔한 외모에 안티도 별로 없는 독특한 목소리로 무난한 연기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음주로 인한 한순간의 성적인 욕망과 실수로 어쩌면 더 이상은 배우로 돌아올 수 없는 잘못된 길을 택했다. 배우 강지환은 최근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한 달 전 TV조선 주말극 ‘조선 생존기’ 제작발표회에서 “일 한 번 내겠다”고 했는데, 좋은 일이 아니라 제작사나 방송국, 동료배우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좋지 않은 일을 내버렸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강지환은 5년 전에도 ‘필리핀 침대 셀카’로 ‘원정 성매매’ 의혹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다. 2014년 7월 한 필리핀 여성은 페이스북에 “한국 배우 강지환과 함께 잔다”며 침대에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강지환 측은 “사진 속 여성은 필리핀 현지 가이드의 부인이다. 잠들어 있는 강지환 옆에서 장난을 친 것이다. 이 여성은 장난스럽게 한 일이 논란돼 미안해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강지환은 술을 한번 먹으면 끝이 날 때까지 마신다”며 “주변에서는 터질게 터진 것이다. 연예인이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전했다. 강지환은 이전 마사지 업소 등을 헤맸던 성매매 남성 연예인들과 달리, 직접 성폭행을 행한 당사자로서 더욱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받았으며, 그 스스로도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복귀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뮤지컬로 시작해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활약해온 강지환은 그동안 숨겨왔던 ‘헐크의 두 얼굴’을 보여주며 성폭행으로 추락한 대표적인 배우가 됐다. 강씨가 한 행동 중 아이러니한 것은 경찰 조사에선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외면했지만, 정작 성범죄를 당한 피해 여성들의 안위를 생각하고 댓글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들의 심정을 걱정해주는 ‘상남자’ 역할을 하려했지만, 무엇보다 강씨는 이제 배우로서 망가져 버린 자신의 인생을 근심하고 걱정해야 한다.

그와 함께 했던 드라마 제작진, 상대 배우들, 방송국 등은 강지환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정준영, 최종훈 등 성폭력 사건 이후 언론이 남자 연예인들의 행동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43살이나 먹은 강지환은 왜 성욕구를 풀고 싶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자신의 범죄 행위가 밝혀질 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나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한 치도 내다보지 못한 그의 어리석음은 한심하기만 하다.

유명 배우와 그저 묵묵히 옆에서 일을 도와주는 외주 스텝의 관계는 전형적인 갑과 을의 모습이다. 강지환이 얼마나 대단한 갑질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이번 사건은 강지환이 평소 여성 스텝들에게 권력자로 군림했거나, 그들을 무시해서 벌어진 일이다. 많은 팬들은 강지환이 갖고 있었던 여성들을 대하는 사고방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주인공인 현재진행형인 드라마 촬영을 코앞에 두고 유명 배우로서 연기자임을 망각한 채 갑질 성폭력을 저지른 강지환의 행동은 쉽게 용서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의 자숙 이후 작품으로 쉽게 돌아온다면, ‘제2의 강지환’ 사건이 또 다시 발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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