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조 파업 일지. ⓒ천지일보 2019.5.6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파업 일지. ⓒ천지일보 2019.5.6

勞 “여유인력 충원 등 근무환경 개선해야”

使 “시설 투자 등 노동강도 개선 노력 중”

로그 생산연기… ‘XM3’ 수출 물량 잡아야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노사 간 간극이 좁혀진 것으로 파악됐다.

6일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번 주 교섭 일정을 잡고 합의안 도출에 나선다. 다만 잠정 합의를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노사 간 이견이 있는 근무여건과 외주화 등의 문제에 대한 ‘합의 문구’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주재정 르노삼성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이 노동부 등에 이달 중순께 임단협이 끝날 것 같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는 사측 제시안을 수용하면서 합의안에 넣을 문구를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간 총 62차례(250시간) 부분파업을 벌이며 역대 최장 파업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발생한 손실액은 2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부산 지역 경제가 침체될 것을 우려해 부산시 등 시민들이 조속한 임단협이 되도록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주재정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노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지난달 26일 주재정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노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최장시간 파업… 노조, 근무환경 개선 요구

르노삼성차는 2011년부터 적자에 시달리던 가운데 2012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2년 이후 희망퇴직 등 1600여명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났다. 이 영향으로 르노삼성차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2년 5800만원에서 2016년에는 2억 20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신 현장 노동자들의 작업량은 늘었고 1개 라인에서 7개 차종을 만드는 혼류생산도 하고 있어 노동 강도도 세졌다.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인력 채용과 노동강도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다.

부산공장의 전체 인력은 총 4200여명이다. 이 가운데 노조에 가입된 인원은 약 2300명이며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조합원 수는 1600명 정도다. 이들이 1시간 동안 만들어내는 차량 수(UPH)는 60대로 노동자 1명당 1분에 1대씩 차량을 생산하는 셈이다.

주재정 르노삼성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012년 이후 업무량은 줄지 않아 2000명도 안 되는 인력이 하루 490여대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컨베이어 벨트가 빠르게 돌아가고 여유 인력이 없다보니 조합원들이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한다”면서 “110분 일 하고 10분씩 쉬는 사이클로 돌아가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 측은 이런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물리치료를 받게 하고 이를 대신할 여유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물리치료 대응 인력 대신 근태인력을 투입하겠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회사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부산공장 설비에 450억원을 투자했다”면서 “노동강도 부분을 개선해 왔고 이에 대한 성과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형황. (자료: 르노삼성자동차) ⓒ천지일보 2019.2.10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형황. (자료: 르노삼성자동차) ⓒ천지일보 2019.2.10

◆로그 물량 12월까지 연기… 관건은 ‘XM3’ 수출 물량 확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2014년부터 대미(對美) 수출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물량을 위탁받아 생산하고 있다. 로그 위탁생산 물량은 지난해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21만 5809대 가운데 49.7%인 10만 7262대에 달한다. 사실상 로그 물량에 따라 실적이 좌우됐다.

지난 3월 닛산은 올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로그 위탁 물량을 10만대에서 6만대로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계속되는 파업으로 인해 로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부산공장이 생산하는 차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그 위탁 생산이 올해 말까지 연기될 전망이다. 주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은 올해 9월로 끝난다던 닛산 로그의 생산계약을 돌연 12월로 연장시켰다”면서 “생산량이 좋다 보니 이대로라면 내년 5월까지도 생산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 관계자는 “물량 변동 없이 생산 스케줄이 조정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그 위탁생산 연장보다 더 중요한 건 신차 물량확보다. 크로스오버 SUV 신차인 ‘XM3’는 내수 물량 연 4만~4만 5000대가량으로 내년부터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확정했다. 다만 본사가 연 8만대에 이르는 유럽 수출 물량을 부산공장 대신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선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사측은 해당 물량 배정을 위해 조속히 임단협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다.

실제 지난달 16일 오거돈 부산시장과 만난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르노삼성차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국 시장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XM3 유럽 판매 차종이 타 국가가 아닌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본사 경영진을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 수석부위원장은 신차 물량 배정을 볼모로 임단협의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XM3의 유럽물량이 바야돌리드 공장에 먼저 배정된다고 하더라도 판매량이 높다면 부산공장에 추가 배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닛산 큐슈 공장의 로그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일부 가져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왼쪽)가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르노삼성차 신형 XM3를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왼쪽)가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르노삼성차 신형 XM3를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3.28

◆부산공장,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태 되풀이하나

일각에서는 노사가 임단협 교섭이 타결하더라도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견해다. 오랫동안 이어진 노사 간 힘겨루기에 지친 르노 본사가 중장기적으로 GM(제너럴 모터스)처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 수석부위원장은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을 처분 대상으로 정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르노삼성차의 재무제표나 감사보고서를 따져봐도 수익성엔 흠잡을 곳이 없다. 수금이 잘되는 부산공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례처럼 정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르노의 경영이 어렵다면 부산공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글로벌 공장부터 폐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는 내수 판매 순위는 국산 완성차 5개사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단행한 2012년에는 1720억원, 2013년에는 4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 1475억원, 2015년 3262억원, 2016년 4175억원, 2017년 40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태를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사 간 합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언론이나 업계 관계자들이 부산공장 처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르노삼성차는 부산 및 경남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속히 합의를 이뤄 성장을 위해 협력할 방안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천지일보 2019.1.28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천지일보 201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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