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위기의 북한, 결국 중국 품으로 가는 건가
[통일논단] 위기의 북한, 결국 중국 품으로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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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3박 4일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우리는 북한 지도자의 네 번째 중국 방문을 보며 결국 북한은 중국 품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을 금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하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특히 “시 주석은 북측이 주장하는 원칙적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북측의 합리적 관심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했다”고 전했다. 향후 북미 협상에 중국을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북한 매체의 발표는 중국 측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다. 북한으로선 중국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를 담은 것이다. 사실 중국도 지난해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지위’를 내세우며 영향력 행사를 꾀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입김이 커질 경우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터무니없는 배짱을 부릴 수 있고, 한반도 문제가 자칫 미중 간 전략적 대결의 협상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올해도 자신이 주도하는 정상외교를 꿈꾸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거드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남북 경협은 우리에게 예비된 축복이며 우리 경제에 획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제재로 당장 할 수는 없지만’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부터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지난해 초부터 6.12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진 외교 라운드의 재판일 것이다. 중국의 지원과 한국의 동조를 얻은 상태에서 미국을 상대로 담판 외교에 나서겠다는 태도다. 중국과 한국이 자기편이라는 생각에 기고만장해질 경우 김정은의 외교는 비핵화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한바탕 쇼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의 북미 협상 실종사태가 보여주듯 그런 실패한 외교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완패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실제 군사력·경제력·기술력 등에서 미국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이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전 세계 특허 출원 건수의 40%가 중국이다. 7년 연속 세계 일등이다. 미국 특허 출원은 중국의 절반도 안 된다. 최근 미국의 제재 타깃이 된 통신기업 화웨이(華爲)는 연 매출의 14%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애플이나 퀄컴보다 많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 기업에 ‘기술 자력갱생’을 다그치며 천문학적 돈을 대주고 있다.

중국에 인구 100만명이 넘는 지방 도시만 100곳이 넘는다. 내수 경제로도 미국 압박을 어느 정도 견딜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전통 가운데 제갈량의 ‘공성계(空城計)’가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 공격해오면 정면으로 싸워 전멸하거나 후일 기약 없이 항복하는 대신 성(城)을 비우고 유유하게 피리 부는 모습을 연출한다. 적(敵)은 매복을 우려해 함부로 휘젓지 못한다. 중국이 시장 문을 완전히 열어도 미국 기업 등이 제 안방처럼 활개 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시장이 순식간에 ‘블랙홀’로 변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전방위 공세가 오히려 고마울 수도 있다. ‘외세 공격’은 부쩍 성장한 시민사회의 자유화 요구와 소수민족의 독립 열망 등을 탄압하는 좋은 구실이 된다.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사태도 ‘미국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중국의 최대 악몽은 경제난과 사회 불안이 겹쳐 정치 위기로 번지는 상황이지만 현 중국에는 공산당을 대체할 정치 세력이 없다. 지금 미중 무역 전쟁이 20~30년 뒤 중국에 세 번째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두 번째의 북미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 같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은 그 과외를 받고자 이번에 북경으로 달려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10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회담을 공식화한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역시 관건은 김 위원장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의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의 해결을 위해선 우선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다 좀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인정할 수 있게 핵리스트 제공이나 사찰 수용 같은 구체적 조치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는 이야기다. 그래야 제재 완화 같은 실질적인 상응 조치도 따를 수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 있는 제안을 내놓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다. 비핵화의 언덕을 피해 갈 길은 없다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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