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54년 만에 하노이에 등장하는 북한 최고 지도자
[통일논단] 54년 만에 하노이에 등장하는 북한 최고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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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비핵화 뒤에 북한이 가야 할 길은 베트남 모델이 될 것이란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의 하노이로 확정되면서 현재 세인의 관심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측 대표(비건 특별대표)가 생산적인 만남을 마치고 북한을 막 떠났다”면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과 함께 평화라는 목표를 진전시키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 측 카운터 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가 2박 3일간에 걸친 평양 실무회담 직후 나온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회담 일자와 함께 베트남을 회담 국가로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도시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유력했던 베트남 휴양도시 다낭 대신 하노이로 결정된 것은 미국 측이 일단 북한에 장소를 양보하고 핵심인 의제에서 북측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하노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하노이에는 북한 대사관이 있으며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보호와 관련해 북한의 김창선 팀은 치외법권지대인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는 하노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는 미국이 유연성을 많이 발휘하겠다는 간접적 증거로 볼 수 있다. 과거처럼 장소를 가지고 힘겨루기를 하기보다 본질적으로 타결될 의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북한의 전향성과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이 제공하는 무대에서 회담을 하기보다 자신의 전통적 우방국인 베트남에서 외교활동을 한다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과 베트남은 관계가 소원할 때도 있었지만 복원하면서 ‘당 대 당’ 외교와 ‘국가 대 국가’ 외교를 활성화시켜왔으며 전 세계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공산당의 상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애초 미국 측은 경호와 보안이 확실해 회담에 집중할 수 있는 휴양지 다낭을, 북한 측은 회담 지원에 용이한 대사관을 두고 있는 하노이를 선호했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 방문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하노이를 선호하는 이유로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국빈방문해 베트남 대통령 및 총리와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까지 만나는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 바 있다. 또 미국 입장에선 개혁·개방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룬 베트남의 수도를 김 위원장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으로 위대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면 대규모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음을 재차 역설했다. 시기와 장소가 확정됨에 따라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까지 추가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 이행 조치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이견 좁히기와 합의 문안을 정교하게 그려내는 작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만간 의전과 경호 인력을 하노이로 파견해 2차 회담 준비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는 JW메리어트호텔, 김 위원장 숙소로는 멜리아호텔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회담 장소로는 다수의 국제회의를 개최한 국립컨벤션센터(NCC)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 1964년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베트남 방문에 이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54년 만에 하노이에 등장함으로써 드디어 북한은 국제사회로의 깊은 진입이란 역사적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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