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2019년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 신년 해맞이를 하기 위해 서울 인근의 청계산에 올랐다. 군대시절 지인 부부들, ‘청계산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 회원들과 같이해서다. 청계산에서 가장 하늘을 넓게 볼 수 있는 8부 능선 부근의 ‘헬기장’에는 해가 뜨기 직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0세 안팎의 어린애부터 70세를 훨씬 넘긴 노년층까지 나이와 세대를 넘어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청사모 회장인 권태균 2002 한·일월드컵 한일공동응원단 단장(옛골토성 대표)은 미리 준비한 태극기와 태극기 옷 등을 나눠주며 동녘 하늘이 여명으로 붉게 물들어가자 환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섰다. “기해년 올해는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의미를 되새기며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히기 위해 ‘대한민국 만세 삼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권 회장은 제안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 일제 압제에 죽음으로 항거했던 독립투사를 기리는 여러 독립기념재단에 관련하시는 분들도 많이 참여했다.

이날 권 회장 측이 준비한 태극기와 태극기 옷 등은 4강 신화를 이룬 2002 한·일월드컵 등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대표팀이 그동안 월드컵과 주요 국제대회에서 경기를 할 때 응원단 등이 직접 사용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 새해 국가와 개인의 희망을 담아 만세 삼창을 같이 하면서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해 생각해봤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은 대한민국 거리를 태극기 물결로 넘쳐나게 하며 전 국민 모두를 태극기 아래 하나로 만들었다. 태극기를 통해 생각과 나이, 빈부의 차이를 넘어 모두 하나가 됐다. 축구대표팀이 4강신화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태극기를 통해 국민 모두가 뭉쳐 한 마음, 한 뜻이 됐기 때문이었다. 태극기는 숭고한 종교도 할 수 없는 일을 이뤄낸 한민족의 믿음이며 가치이고 지향점이었던 것이다.

때마침 신문과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은 신년특집으로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3.1운동의 뜻을 기리고 선국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3.1운동 직후 창간된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민족적인 거사와 같이 연결짓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사실 태극기에는 민족의 피와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 독립투사가 죽음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일제에 맞설 수 있었던 것, 해방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한 것, 6.25전쟁에서 이름 없는 많은 군인과 국민들이 죽어간 것, 4.19, 5.18의 국난 속에서 민주화·자유화의 기치를 높게 들고 독재정권에 항쟁할 수 있었던 것 등은 모두가 태극기의 정체성을 따르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광화문은 주말이면 촛불과 태극기의 싸움터로 변하고 노동자 단체가 상습적으로 시위하는 무대가 돼버렸다. 태극기 아래에서 많은 이들이 이념과 생각이 다르고, 입장과 관점이 다른 세상이 돼버렸다.

새해를 맞아 국민들이 태극기를 통해 다시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민주제도와 경제발전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다시 찾기 위해선 태극기를 소중히 하는 애국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태극기를 통한 나라 사랑, 민족 사랑을 함양하기 위해선 스포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색무취하고 빈부의 차이도 없는 스포츠를 통해서 민족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은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비롯해 많은 국내외대회가 열리는데,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가와 개인의 명예를 걸고 출전할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스포츠 무대에서 태극기가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민의 화해와 단합, 관용을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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