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2018년 12월, 마지막 한달을 남겨놓고선 자꾸 뒤를 되돌아보게 된다. 매년 연말이 되면 바쁘게 살아왔던 걸음걸이를 잠시 멈추고 일상적 삶에서 벗어나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지난 20일 서울 손기정 기념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스포츠포럼 21이 주최한 ‘서울올림픽 30년, 전설의 지휘자들’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도 그런 성격의 의미를 가진 토론장이었다.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였던 올해를 보내면서 역사적 성과를 정리해 보자는 것이었다.

서울올림픽 성공은 역사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갖는다. 보편성으로서의 서울올림픽 성공은 동서화합을 조성하고 세계 평화의 시대를 열게 했다는 점이다. 직전 두 번의 올림픽이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인해 ‘반쪽 올림픽’으로 파행을 걸었던 데 반해 서울올림픽은 동·서를 아우르는 160개국이 참가해 이념갈등을 종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할 목적으로 창설된 올림픽 정신의 보편성에 부합했던 것이다. 특히 북한 공산주의와 맞서 자유민주주의의 보루인 대한민국이 북한의 끊임없는 안보위협에도 불구하고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수성으로서의 서울올림픽 성공은 일제 식민지의 압제와 남북 상호간 전쟁의 아픔을 경험한 한민족이 한데 뭉쳐 놀라운 열정을 보였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이전까지 개발도상국이었던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인의 성대한 축제로 승화시키며 역대 올림픽 참가 최고인 종합 4위의 성적으로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한국이 아시아 동쪽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일약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음은 물론이다.

조재기 서울올림픽 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세미나 축사에서 “서울올림픽은 한민족이 성공을 시켜야 한다는 열망으로 뭉쳐 민족의 역사적 기적을 낳은 일대 쾌거였다”며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신라의 삼국 통일,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이어 우리 한민족의 최대의 역사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체육학자 출신인 조재기 이사장이 서울올림픽의 역사적 성과를 크게 평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비록 한국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서울올림픽이 한국 역사 전체에 인식론적 전환점이 됐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태영 한국체육언론인회 자문위원장은 이날 첫 번째 발제에서 “서울올림픽 성공의 전설적 지휘자들은 서울올림픽 신화를 만든 모든 사람들이다”라며 “바덴바덴의 기적인 올림픽 유치과정과 개최에 기여한 정주영, 김우중, 이건희 회장 등 경제인과 전두환, 노태우, 박세직 등 정치인, 종합 4위의 성적을 올린 체육인과 자원봉사자 등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성공을 일궈냈다”고 말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전 국민의 열정적인 성원의 뒷받침으로 4강 신화를 이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평화를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은 서울올림픽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서울올림픽을 제대로 개최하지 못했다면 그 이후의 성과는 결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비록 30년 전이지만 서울올림픽은 우리 당대는 물론 후손들에게 길이 빛나는 역사를 전해줄 민족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인류 발전에 기여했다는 보편성과 한민족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올려준 특수성이 보태지면서 서울올림픽은 기적을 낳은 역사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세대와 이념, 빈부의 갈등으로 심각한 사회적 내홍을 겪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서울올림픽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뭉쳤던 민족정신을 잃지 말고 모든 이들이 포용적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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