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최근 SBS가 빙상계 성폭력을 고발한 젊은빙상인연대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손혜원 의원을 인터넷 동영상 화면에 흐릿하게 처리한 사실을 두고 뒤늦게 논란이 됐다.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기사 출고 담당자가 손 의원이 나오는 영상을 잘 보이지 않게 임의로 처리했다가 논란 직후 화면을 원상 복구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기사는 지난 21일 오후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대부 전명규 교수 수사 촉구’라는 제목을 달고 포털사이트에 출고됐는데, 동영상 썸네일에서 연단에 선 박지훈 젊은빙상인연대 자문변호사 옆에 단발머리를 한 채 서 있는 손 의원의 얼굴을 흐릿하게 처리했다. 이를 두고 ‘목포 투기 의혹’을 보도한 SBS와 손 의원의 감정싸움으로 인해 빙상계 성폭력 기자회견이 ‘손혜원 기자회견’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담당자가 ‘손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본질적이지 않은 인물 같아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SBS의 해프닝은 스포츠의 적폐 때리기에 앞장선 손 의원의 과잉 행각을 냉소적으로 바라본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로 정하고 손 의원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주도하는 모양새는 썩 바람직하지 않게 보였다.

기자회견을 갖기 수일 전, 목포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던 손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목포 부동산 매집이 목포시 문화와 역사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불법성이 전혀 없음을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 당적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문광위) 민주당 간사직도 내려놓겠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무소속으로 바뀐 상태였고, 문광위도 그만뒀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젊은빙상인연대 기자회견에 선 것은 일종의 ‘여론전’을 의식한 모양새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한다.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의혹 기자회견에서 “지난 40년간 광고전문가로 활동한 저는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마케팅과 정치는 대중을 움직이는 것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만들었고, 당 홍보위원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치 입문 전에는 브랜드 디자인 전문가로 ‘처음처럼’ ‘참이슬’ 등 많은 유명 브랜드 이름을 만들며 화려한 명성을 날렸다. 

그동안 손 의원은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며 ‘스포츠 적폐 감별사’를 자처하고 스포츠 때리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지나친 개인적 의욕이 스포츠계에 큰 파문을 불러오기도 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을 사퇴케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도 국정감사에 선동열 감독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2020 도쿄올림픽까지 계속 가기 힘들다”며 2018 자라크라-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해 “그렇게 어렵다고는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비아냥댔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손 의원의 스포츠 때리기는 스포츠 전문성까지 무시하며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활용해 스포츠를 여론활용의 도구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한다. 손 의원이 대중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듯 스포츠의 이슈가 발생하면 스포츠인들을 겁박하고 질리게 하며 스포츠계를 적폐 대상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손 의원 덕분에 스포츠 적폐가 일부 해소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지만 스포츠 전체에 적폐 프레임을 걸고 거칠게 밀어붙일 듯하는 스포츠 때리기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