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그를 처음 만난 건 올해 따뜻한 봄날이었다. 봄꽃들이 파르스름한 새싹을 드러내던 무렵, 햇볕에 잔뜩 탄 검은 얼굴, 바짝 마른 군살없는 체격을 지닌 20대의 팔팔한 젊은이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어린 시절부터 육상선수 생활만 해온 그는 치열한 경쟁 끝에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인재 육성단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스포츠둥지’ 기자단으로 최종 합격해 기자단 감수 지도를 맡은 필자와 만나게 됐던 것이다.

지난해 같은 대학교에서 육상선수를 했던 선배가 스포츠둥지 기자단에서 육상 관련 기사를 쓰고 연말 우수상을 받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고 지원하게 됐다는 그는 지난 11월까지 이어진 기자단 활동기간 동안 선배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육상기사만을 쓰고 열심히 생활했다.

당초 현직 육상선수가 기자단 활동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운동을 하느라 글쓰기, 읽기 등 기초적인 학습을 제대로 받지 못한 형편에서도 그는 시작부터 육상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매달 2건 기사를 써야 하는 규정을 철저히 지켰다. 그는 9명의 올해 스포츠둥지 기자들 중 유일한 엘리트 선수 출신으로 낙후된 한국육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집중했다.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그의 스포츠둥지 기자생활은 처음에는 ‘부담’으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으로 뜻 깊은 결실을 맺게 됐다. 투박한 문장력이 점차 깔끔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비판력과 논리력이 짙게 묻어나며 글쓰기가 점차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첫 기사 ‘새 봄 한국마라톤, 희망은 있다’에서부터 ‘공부하는 운동선수’ ‘러너들이 마라톤에 열광하는 이유’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단을 응원해주세요’ ‘달리기도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폭염주의보 속에 방치된 육상 선수들의 안전’ ‘한국 육상의 낙후성, 대책은 없는가’ ‘신정여자중학교 육상부, 공부와 운동 함께 할래요’ 등 전문성 있고 현장성이 실린 기사를 게재했다.

20대 중후반의 그를 보면 맑은 영혼을 만나는 느낌이다. 육상선수 한 길만을 보며 달려온 그는 비록 운동으로 공부할 시간을 많이 잃었지만 운동을 통해 중요한 정신적인 가치를 얻은 것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했다. “스포츠둥지 기자는 저에게 큰 자산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직까지 글쓰기가 많이 부족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해 동안 작성한 기사를 되돌아보면서 글쓰기 실력이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글을 쓸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며 그는 스포츠둥지에서의 값진 경험을 말한다.

손기정 선생, 황영조, 이봉주 등으로 이어진 한국 마라톤 육상의 계보가 끊어진 현재의 한국육상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이 최근 2시간 6분대를 기록하며 발전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그는 날로 줄어드는 마라톤 선수 육성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육상인으로서의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그의 꿈은 멋진 중등학교 체육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현재 서울 시내 모 교육대학원을 다니며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중인 그는 만약 선생님이 된다면 한국 육상의 미래를 빛낼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내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는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스포츠둥지 기자단으로 같이 활동했던 다른 동료들과 헤어지지만 같이 했던 지난 9개월여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긴다.

필자를 비롯해 여러 심사위원들은 올 한해 동안 기사 출고건수, 내용, 기획회의 참석률 등 정성, 정량적인 부분을 두루 평가해 그를 3명에게 주는 우수상 수상자의 한명으로 결정했다. 작은 상이지만 앞으로 그의 앞길을 밝히는 데 조그마나 밀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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