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임진각을 가면, 버마 아웅산 폭파 희생자 추모탑이 있는 방향으로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이 들어서있다. 지난 2010년 국회에서의 법제정으로 처음 6.25전쟁 납치피해자 관련 명예회복 작업이 진행된 이래, 2017년 납북자 및 그 가족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평화 통일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공간으로 기념관이 건립된 것이다.

현재의 기념관에서 기리고 있는 전쟁납북자의 정의는, 남한에 거주하고 있던 대한민국 국민(군인은 제외)으로서, 6.25전쟁 중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전까지를 말하는 것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북한에 의해 강제로 납북돼 북한에 억류 또는 거주하게 된 자로 통칭되며, 북한은 6.25전쟁 중 정치적 목적으로 상당수의 유력인사를 납치하는 한편, 부역동원 및 인민군 충원(의용군)을 위해 다수의 인원을 강제 동원한 것으로 추정, 전쟁발생 직후부터 1963년까지 납치가족 및 정부차원에서 수차례에 걸쳐 납치자 명부를 작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기념관은 밝히고 있다.

명백히 6.25전쟁은,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안긴 북한 공산세력의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반인륜적 행위였음을, 기념관의 존재와 그 속에 담겨진 피어린 역사와 유품들이 이를 남김없이 증명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피해 가족 외에 수많은 국민들은 이들의 존재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생업에 목매인 국민은 차치하더라도 자국민 보호와 재산, 생명을 지키는 데 존재의 이유가 있는 대한민국 정부조차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잊은 게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6.25전쟁 납북자의 명칭을 ‘실종자’로 바꾸자는 내용을 공식 제기해, 연로하신 전시납북자 가족들이 국회로 몰려가 북한 공산세력의 전쟁범죄에 동조하는 반인륜적이고 반역적인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발의된 법안은 여당인 민주당 의원 스스로 철회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전쟁범죄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세습 공산왕조의 김정은이, 6.25 전쟁범죄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대한민국 서울을 답방한다는 것으로 납북피해자 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파렴치한 작태를 또다시 연출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전시납북피해자 가족들은 청와대 앞에 모여, 6.25 당시 공산세력에 점령된 서울에서 총을 겨눈 인민군이 국기를 그리라는 명령에 태극기를 그려 호된 매질을 당한 경험을 떠올리며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을 필자는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전쟁납북피해 가족들은 그 누구보다 참된 평화를 원한다. 한반도의 모든 국민들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평화가 와야만이, 분단의 아픔을 넘어 꿈에도 그리던 헤어진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범죄자 김정은을 위인으로 칭송하며 하늘같이 떠받들고 사는 것이 어찌 진정한 평화이겠는가?’라며 절규하는 모습에서, 늙고 하염없이 연약해 보이는 힘없는 가족들이지만, 그들의 가뿐 숨결과 애끓는 가족사랑은 무쇠솥을 녹이고 김정은 세습왕조조차 무너뜨릴 수 있는 투지로 넘쳐나고 있었다.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한해가 가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 친지, 벗들과 함께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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