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죽음의 사선을 넘어 자유를 향한 질주의 주인공인 귀순병 오청성씨가 일본과 한국에서 처음으로 언론인터뷰에 등장했다. 오씨의 탈북은 긴장과 분단의 상징인 JSA 지역의 동영상을 통해 지난해 11월 전 세계에 생생히 전달된 바 있다. 

5발의 총상을 입은 오씨를 치료했던 이국종 교수의 전언으로 그의 상태가 깨진 항아리 수준이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었는데, 거의 수개월 만에 기적과 같이 의식을 회복하고 살아난 오씨가 왜 일본으로 건너가 언론 인터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미루어 짐작하기로 피치 못할 사정과 함께 무언가 꼭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청성씨가 일본과 한국 언론을 통해 세상에 드러낸 말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북한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와 지도자에 대한 무관심이 퍼지고 있고, 체제가 인민들을 먹여 살린다면 손뼉 치겠지만, 무엇 하나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충성심도 없으며, 세습 지도자를 무리하게 신격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말이다. 

부친이 북한군 소장이어서 북한에서 의식주나, 군대 경력 등에서 혜택을 받은 편이었다는 오씨는, ‘북한 주민들은 배급이나 급식 등 국가의 생활보장은 완전히 파탄 상태이고 돈이나 권력이 없으면 북한에서는 죽는다’라고, 그야말로 북한의 현실이 영락없는 헬조선(지옥)임을 가감 없이 주장했다. 

가족 간의 사랑, 정 따위는 사치에 지나지 않으며 모든 것이 낙엽처럼 말라버린 사회. 봄이 되면 다시 새싹이 돋아날 것이라는 미래조차도 꿈꿀 수 없는 사회…. 

아마 오씨가 인터뷰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다퉜다는 의미는 북한의 청년세대인 JSA 북한병사들이 자신들의 미래와 체제에 대한 비장한 토론이 아니었을까….

결론적으로 오청성씨는 북한의 청년세대다. 오늘날 북한의 청년세대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갈구하는 간절함을 오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겠는데, 북한이라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봉건왕조를 건설한 김일성도, 대를 이어 김씨 왕조의 권좌를 받쳐준 김정일도 한때는 청년이었다. 물론 지금 김정은도 청년이다.  

여기에 변수가 있을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버지 김정일처럼 청년시절을 백전노장 빨치산 세대들과 이복형제들 틈에서 처절한 권력투쟁을 겪지 않은 김정은은, 달콤한 열매처럼 주어지지 않은 권좌의 자리가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원망스럽기까지 할 것이지만, 이미 친인척조차 권력의 걸림돌로 제거하는 방식을 택한 피 묻은 그의 손이,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처럼 주어진 기득권을 내려놓을리는 만무하리라 여겨진다. 

과연 귀순병 오청성과 같은 기형적인(?) 신세대가 발호하는 북한에서 김정은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무리 돌고 돌아서도 결국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공포와 굶주림으로 2천만 북한주민을 노예로 삼아 연명해온 세습왕조가 자신을 마지막으로 끝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음은 자명하다. 다만 세상모르는 남쪽 정권과 소위 백두칭송위원회가 내세운 남쪽의 생뚱맞은 일부의 신세대들이, 김정은 서울답방의 환영단을 자처하며 꽃술을 드는 형국에서 그들 모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한편의 북한판 패왕별희(覇王別嬉)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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