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얼마나 더 대한민국 국민들을 욕보일 작정인지 참으로 걱정이다. 욕보이는 당사자가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굴지의 대한민국 대기업들이 치욕적이고 모멸적인 욕설을 듣고도 묵묵히 감내해야하는 현실에 분개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회와 청와대 등에서 이번 발언을 두고 설전을 넘어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는 모양새는 한마디로 어이상실 그 자체다. 

이게 설전이나 대변해야 할 내용인가. 당장 규탄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늦었거나 분이 풀리지 않을 문제인데, 이것을 가지고 갑론을박의 차원을 넘어 여당대표라는 사람은 일일이 참석했던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의 내용을 떠나 이렇게도 유치찬란한 행태를 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습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상이 얼마나 암울하고 굴종적인가 하는 것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기껏 자존심 세우려는 것은 참석자의 답변으로 그런 무례한 발언이 없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려는 모습은 가련하기까지 하다.  

각종 남북회담이나 대화의 장에 나오는 북한 인사들의 발언들은 사전에 철저히 계산되고 준비된 언행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역사적인 사실이다.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6.25전쟁의 정전협정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가 있다. 당시 공산군을 대표한 북한의 수석대표였던 남일은 협상장에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회담에 늦은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자세일 텐데, 남일은 협상장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유엔군과 미국의 협상대표들이 보는 앞에서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일갈했다. 

“이놈의 고물 미제 시계가 자꾸 고장이 나서 말이야….”

이번 랭면 목구멍 발언 전에 북한의 리선권과 조명균 장관은 시계이야기로 기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연히 리선권이 기선제압 식으로 면박을 준 것이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위협발언이 있는데, 바로 1994년 북한 핵위기로 말미암은 남북회담에서 북한단장 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협박이다. 당시의 위기적 상황은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 보도로 극에 달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모든 공격적 발언들이 언쟁의 와중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되고 의도적인 노림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 북한 인사들의 발언 외에 놀라운 일들은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의 북한인사들 발언을 보면 비공개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바로 얼마 전의 남북 산림협력사업과 한강 하구조사, 철도연결 등등 여기에서도 웃지못할 비극적인 분위기들이 감지됐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핵심은 이렇다.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남한의 공무원들이 나름의 원칙과 합리성을 강조하며 협상에 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북한 인사들의 언행이다. 

“어이 이보라우. 기냥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하면 알아서 잘 봐 줄 테니 걱정 말라!”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북한의 말 같잖은 협박 내지 핀잔, 놀림질을 당하고 있는데, 이런 비극을 보고서도 북한 대변인들은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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