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총회본부 건물. ⓒ천지일보(뉴스천지)
감리교 총회본부 건물. ⓒ천지일보(뉴스천지)

직무대행 선출 감독들 골머리
법적공방 교권다툼으로 번져
개혁파 “물러나라” 사퇴 촉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감리교 내홍이 깊어지며 교단 정상화의 첫 단추인 감독회장 재선거가 사실상 올해 안으로 열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목회자들은 ‘네 탓’ 공방에 이어 잇따라 사회법 소송을 제기하며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장의 선출문제를 풀기는커녕 교단 정치적 이해관계로 더욱 복잡하게 꼬이는 양상이다. 심지어 감독회장 재선거가 장기화되며 교권다툼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성모 목사가 이달 초 감독회장 선거무효 소송에 대한 청구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해 재선거의 길을 텄다. 하지만 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이를 거부하는 소취하 부동의서를 제출하며 소송을 이어갈 뜻을 명확히 했다. 이철 직무대행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질타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이철 직대가 장기적 집권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있다.

감리교 교리와장정(총회법)에서는 감독회장 임기가 2년 이하로 줄어들 경우, 재선거를 하지 못하도록 해 두었다. 이는 이철 직무대행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감독회장의 남은 임기 2년을 직무대행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부에선 이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감리교 지도자 그룹인 11개 연회 감독들은 지난 5월 총회 실행부위원회를 거쳐 자신들이 뽑은 이철 직무대행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회 감독들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이철 직대를 겨냥해 “취임 이후 감리회 정상화에 힘쓰기보다는 오로지 전명구 전 감독회장의 복귀를 저지하는 일에만 골몰하는 처신을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루한 소송 정국이 끝나길 기대했는데 감리회 본부가 소취하부동의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탄식하기도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다.

감리교 목회자들로 구성된 개혁모임인 새물결은 나아가 감독회장 재선거를 치를 능력이 없다면 이철 직대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
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

이에 대해 이철 직무대행은 목회서신을 통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소취하부동의를 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감독회장선거무효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지 말고 일단 고등법원의 소송결과를 보면서 그 결과에 따라 감리회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하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이는 전명구 감독회장의 선거 문제를 법으로 명확히 해야만 교단 정상화에 힘이 실린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덧붙여 성모 목사의 소 취하에 동의하더라도 다른 선거권자들이 이미 별도의 감독회장선거무효 소송(2건)을 제기한 상황이라 소송을 즉시 종료할 수 없다고 했다.

소송이 장기화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이철 직무대행이다. 실제 11월 이후부터는 총회법에 따라 감독회장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자격이 박탈된 전명구 감독회장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감리교단을 이끌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연회 감독들은 “직무대행의 일방적이고 과도한 직무 수행으로 인해 다른 불화와 대립이 야기되고 있다”며 “자신이 직무대행 자리에 장기적으로 있으려 한다는 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교단 정상화와 개혁의 목소리를 내온 오재영 목사도 지난 14일 감리교 홈페이지에 ‘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의 목회서신’에 대한 유감을 나타내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오 목사는 “최근의 꼬인 대부분의 문제들은 직무대행이 취임과 함께 안정보다는 오히려 의혹과 혼란만 키웠다. 당연히 해야 할 일도 못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며 “이제 직무대행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신앙인이라면 성직(聖職)에 무슨 고위직과 하위직이 있기에 서로를 불신하고 다투느냐”며 “그 자리에 오르려는 집요함과 추한 모습으로 수많은 이교도들에게 조롱꺼리가 돼야 하겠는가. 그 자리를 떠남이 본인에게나 교단 모두에게 유익한 일일 것”이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과 교단 개혁 세력들이 교단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뾰족히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감리교 사태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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