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남북의 정상이 만나 정전을 언급하며 북한의 비핵화가 급격한 물살을 타서 세계가 놀랐다. 그런데 북미정상회담이 가까워지자 북한은 남북정상이 만났을 때와는 다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남북정상이 만나 38선 경계선을 서로 넘나들며 아이러니한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 얼마 전인데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이 감추었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일찍이 미국의 국무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면 얻게 되는 경제적 보상을 언급했다. 미국이 북한에게 지원하는 것은 없다는 말을 재차 했다. 과거 선례를 보면 이의 책임은 관련국가 및 국제기구가 감당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비용은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고 필요한 비용이다. 핵의 원료가 되는 물질의 채취부터 가공, 무기화까지 이루어낸 북한은 기존에 비핵화를 추진한 나라들과는 달리 그 비용이 더 커진다.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은 물론 보상비까지 포함한 비용은 6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장 이러한 규모의 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국무장관의 말처럼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없다. 또한 국제기구 역시 일방적 지원이 아닌 선조건이 달리게 된다. 지금까지 일인독제체제 하에서 마음대로 꾸리던 살림을 여기 저기 조건에 맞추며 제재 아닌 제재를 감수하고 북한이 얻어내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의 감수로 그들이 표방하는 경제시스템이 온전히 안착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를 진정 추진할 것인지도 다시 짚어내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그들을 더 겪어낸 우리로서는 그들의 모습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앞에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목적한 바를 쟁취하면 바로 원점으로 돌아가던 그들의 본성이 갑자기 사라질 수가 있을까. 역대 최연소 수령이 된 김정은의 모습은 기존 수장들의 모습 못지않은 과감성이 있고 잔인했다. 게다가 이제까지 보지 못한 협상력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더 그 이면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상식선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화 되려면 비용이 들어간다. 거기에는 우리의 부담은 물론 국제기구의 부담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투자는 북한의 안정성이 확보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누구도 북한의 안전성과 한결같은 체제의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제조건들이 구축되지 못하면 누구도 북한에 투자는 물론 협조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당장 눈앞에 평화를 빌미로 또 어떤 전략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돌변한 북한의 태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호탕하게 북미회담을 수락한 트럼프 대통령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를 움직여 직접적인 대북경제제재를 통해 오늘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핵탄두미사일을 두고 한발 물러섬이 없이 상호 선전포고를 하다가 급작스러운 북한의 물러서기로 성사된 회담인데 시작도 전에 김이 빠졌다. 우리는 또 한 번 북한의 모습을 간과한 것이다. 그들의 본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뿐이다. 현실적인 과정이나 비용 등의 문제들도 있고 당장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문제를 보면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남의 불을 끄기보다 먼저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도 바빠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칫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도 온전한 비핵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그들의 행태를 보면 답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그들의 세련된 화술에 또 휘말려들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