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평창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지난 2월 매서운 한파 속에 16일간 동계올림픽을 치러내며 전 세계인들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평창에 봄꽃들이 만발했다. 해발 700m 고지대라 서울보다 늦게 산과 들 곳곳에 새봄을 기다렸다는 듯 산수유, 진달래, 철쭉, 벚꽃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었다. 얼음과 눈이 대지에 녹아들며 자양분을 듬뿍 받아들인 봄꽃들이 새로운 싹과 열매를 맺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평창에서 자연은 꽃의 세상이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마치 흉물 같다. 올림픽 기간 감동적이고 장엄한 승부의 세계를 펼쳤던 평창올림픽 경기장들은 주인을 잃은 빈집마냥 황량하고 음산한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산림으로 복원되는 정선 알파인 스키장을 제외하곤 11개의 경기장이 올림픽 이후 그대로 남겨진 상태이다. 기존 시설을 재활용했던 강릉컬링센터, 휘닉스 스노경기장, 용평 알파인 스키장 등 3개 경기장과 8개 경기장의 사후 운영계획이 막대한 관리 비용 때문에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이미 청산절차에 들어갔고, 학회, 산업계 등에서 동계올림픽 경기장 사후활용방안에 대한 대책 등을 쏟아내고 있지만, 종합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평창 스키 점프센터와 슬라이딩 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등의 운영 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관리주체로 선정된 강원도 개발공사와 한국체대 등은 연간 수십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이들 시설들에 대한 운영 방안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3수 끝에 지난 2011년 7월 유치에 성공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의 경기장 사후관리방안은 준비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웠다면 현재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올림픽 유치와 개최에만 열을 올렸지, 올림픽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이전에 효율적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북한의 참가로 ‘평화올림픽’으로 장식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의 숭고한 경험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시설물들은 현재적인 모습 이상의 의미로 적극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사실 동계올림픽은 일반인들에게는 멀리서 지켜보는 축제와 같다. 아무나 경기에 출전할 수 없고, 경기를 직접 보는 것은 일반인들을 크게 주눅 들게 한다. 돈 많은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출전하고, 동계 스포츠 종목 자체가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과 얼음에서 펼쳐지는 동계올림픽 종목이 결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상의 세계는 아니다.

미국 등 이미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는 스포츠 선진국 등에서는 올림픽 시설을 국민 여가와 건강을 위한 복합레저스포츠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32년과 198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던 미국 레이크플래시드는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노르딕 스키 경기장, 봅슬레이 경기장 등을 관리주체인 뉴욕주에서 매년 정비하고 시설 개선을 실시해 백만명 이상 하는 미국 내 최고의 동계레저스포츠타운이 됐다. 1.6㎞ 코스의 봅슬레이 경기장은 이용자들에게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안전 헬멧을 쓰고, 전문 운전자와 브레이크맨의 도움을 받아 지그재그 코스를 도는 봅슬레이는 많은 인기를 끈다고 한다.

올림픽 시설물들이 사후에 얼마나 잘 관리, 운영되는지에 따라 올림픽 정신과 가치는 잘 발현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은 한갓 올림픽을 위한 시설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올림픽 스포츠와 가치를 구현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복합레저경기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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