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인생 60년. 세월이 휙휙 흘러가 벌써 회갑을 맞았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생각해 볼 때이다. 58년 개띠 친구들은 올해 그동안 재직했던 회사에서 정년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고교 때 짝꿍이었던 한 친구는 오는 5월 31년간 다녔던 정유회사에서 정년퇴임하고 요즘 충남 서산의 회사 사택을 떠나 이사준비에 바쁘다고 한다. 그는 ‘화려한 백수(화백)’를 목표로 해남 땅끝마을에서 백두까지 걷는 꿈을 실현하고 싶다고 고교 동창 카톡에 올렸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오랫동안 회사에 얽매였던 몸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연전 모 중앙일간지가 신년기획으로 공모한 ‘58년 개띠 내 인생의 다섯 컷’ 시리즈에 내 기억을 되살려내며 흑백사진 속 풍경을 스토리로 엮어 기사화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유년 시절, 고교와 군인 경험, 스포츠 기자 활동 때의 모습 등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소개했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잡초처럼 질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내 모습, 아니 더 나아가 58년 세대의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퇴직하는 나이이지만 축구계에서 드물게 58년 개띠 정년의 벽을 넘어 특기할 만하게 장기 근속하는 성공 사례가 있다. 베트남에서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맡아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자리 잡은 박항서 감독이다. 지난 8일 SBS TV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박항서 편은 13.2% 시청률로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그의 부쩍 높아진 인기를 실감케 했다. 프로그램 내용은 이승기, 이상윤, 육성재, 양세형 등 출연진이 박항서 감독을 만나러 베트남으로 가서 그와 동고동락하는 모습을 담았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감독은 현재 베트남에서 U-23과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취임 100일 만에 U-23 대표팀을 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뤄내 베트남의 ‘히딩크’로 이름을 날렸다.

경신고와 한양대를 거쳐 프로축구 LG에서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지난 1988년 선수은퇴 이후 여러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거쳤다. LG 코치를 시작으로, 수원 삼성, 포항 코치를 지냈으며, 경남 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창원 시청 감독 등을 역임했다. 국가대표 경력으로는 U-20 청소년 대표를 거쳐 미국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너, 한·일 월드컵 수석대표 코치, 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등에 재직했다.

박항서 감독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상주 상무 감독에서 물러난 뒤 1년여의 공백기를 가졌는데, 이 시기 ‘박항서 리더십 축구 교실’을 열어 소년생들과 다문화가정 학생 등 청소년들의 멘토로 활동했다. 비록 자신을 찾는 팀이 없었을지라도 준비를 하며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지난 10월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제의가 들어왔으며 마침내 ‘성공시대’를 열게 됐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성, 성실성, 관용과 배려심 등을 꼽을 수 있다. 선수에서부터 감독까지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축구만을 위한 삶으로 일관하며 최고의 감독 대열에 올랐다. 또 좀 이름값이 나면 돈, 술, 도박 등을 탐닉하며 불성실하게 생활하던 스타출신들과는 달리 성실한 생활태도와 업무 능력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대표팀을 맡아서는 비록 문화차이는 많았지만 선수들을 이해하며 스스럼없는 소통을 시도해 선수들에게 인간적인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금의 인기는 언제든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 두 배 더 노력하겠다. 큰 부담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베트남 축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박항서 감독의 모습를 지켜보면서 58년 개띠 동년배로서 마음의 응원을 보내고 싶다. 고교 친구들도 새로운 삶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후회 없는 멋진 무대를 꾸미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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