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주말 16회 시리즈가 종영된 JTBC 금토 드라마 ‘미스티’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와 함께 봤다. 지난 2월 초 주말 TV 채널을 바꾸다가 우연히 처음 본 드라마에 끌려 대부분 본방을 사수했다. 매주 금, 토 늦은 밤 11시 시작, 1시간 20여분간 방영했지만 필자가 흥분과 기대로 시청했던 것은 언론인과 스포츠 스타 간에 얽힌 치정극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으면서도 극중 인물들의 직업 속성에 관심이 끌렸다. 스포츠 기자로 오랫동안 뉴스감각을 갖고 기사를 작성했고, 골프대회도 직접 운영해 봐 골프 스타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줄거리는 미모의 방송뉴스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이 미국 PGA에서 우승하고 깜짝 스타가 돼 돌아온 옛 애인의 살인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드라마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시종일관 뿌연 안개 속을 헤매듯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긴박감과 반전이 마지막까지 펼쳐졌다.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기상캐스터가 “오늘은 안개가 짙게 끼겠다”는 일기예보를 내보내면서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가운데 진짜 살인범인 고혜란의 남편이자 변호사인 강태욱(지진희 분)이 고속도로 터널에서 100㎞ 이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결말에서 예상외의 반전으로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많은 놀람과 충격을 받았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심 따뜻한 인간애를 그리워하는 보통 사람들이 예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변호사 답지 않게 스스로 살인까지 저지르며 중범죄자가 되는 스토리가 다소 현실감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드라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스티’ 같은 날씨가 지난 주말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한반도 남서쪽에서 올라 온 고기압과 만나 중부지방 상공에서 정체된 상태서 생기는 자연 현상이라고 한다. 산책을 하거나, 심지어는 자동차, 지하철을 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필자는 마스크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다니면서도 왠지 꺼림칙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가 최악인 지난 주말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두산-삼성 2연전이, 인천 문학야구장에서는 SK-롯데 2연전이 각각 열렸다. 지난 24일 개막한 올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미세먼지 주의보와는 상관없이 경기가 펼쳐졌다. 야구장 관중들은 장시간 야외 공간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거의 대부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이에 반해 선수들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뿌연 하늘 밑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경기에 임했다. 그냥 선수들이 방치된 채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관중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완전무장’해 경기를 관전하고, 선수들은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가운데 경기를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프로야구가 우천으로 취소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제는 지난 주말과 같이 미세먼지가 극심할 경우 선수와 관중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경기 취소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프로야구가 관중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하지 않다고 한다면 미세먼지 적신호가 발령될 경우 고척돔구장은 예외이겠지만 비가 많이 내릴 때처럼 경기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구단들은 이에 대해 ‘미스티’하다. 미세먼지 경기 취소가 가능할 법도 하지만 여러 상황 등을 검토해야 해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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