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1980년 초반 서강대를 졸업한 필자는 알게 모르게 ‘진리에 순종하라’는 가톨릭 교풍에 물들어 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가톨릭 신앙과 예수회 교육 이념을 토대로 설립된 서강대는 행동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수회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연세대 출신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기독교 교풍 특색이 있고, 고려대 동문들이 민족학교로서 ‘막걸리 교풍’에 배어있는 것처럼 서강대 출신인 필자도 예수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천주교 모태 신앙을 갖고 있던 필자는 대학 재학 중 가톨릭 학생으로서 일반 학생보다 3학점짜리 3과목을 스스로 더 신청해서 들었다. 좀 더 넓은 학문의 세계를 알고 싶다며 사학과를 선택했고, ‘배운 사람이 고생해야 한다’며 ROTC 장교로 공수부대에 지원했다. 20년의 스포츠기자를 거쳐 현재 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인생과정이 이어졌던 것도 대학교 때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 돔에서 열린 2017-2018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 1 토너먼트 결승에서 빌라노바대가 미시간대를 79-62로 대파하고 정상에 오른 것을 보면서 가톨릭 대학교의 학풍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빌라노바대가 서강대와 같이 가톨릭 대학교이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교외에 자리 잡은 빌라노바대는 1842년 로마 가톨릭교회 소속의 아우구스티노 수도회가 설립한 전통적인 ‘강소 대학교’이다. 아우구스티노회는 가톨릭 선교와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교회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지대한 공로를 했다. 예수회가 한국 서강대, 일본 상지대를 비롯해 아시아 선교와 교육에 기여했던 것처럼 말이다.

미국 대학농구 최강전인 일명 ‘3월의 광란’에서 빌라노바대는 1985년과 2016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내셔널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빌라노바대는 미래의 NBA급 스타도 없고, 유명한 별명조차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한 팀이지만 다양한 팀플레이와 기본기로 준결승에서 최강 캔자스대를 물리친 데 이어 결승전에서 미시간대를 손쉽게 제압했다.

뉴욕타임스 마크 트레이시 기자는 지난달 31일 인터넷판 ‘가톨릭 대학이 농구에서 뛰어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빌라노바대의 가톨릭 전통에 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빌라노바대 총장인 피터 도노휴 신부는 매년 개강미사를 집전하면서 농구선수들에게 ‘학교의 성스러운 대사’가 될 것을 강조한다. 도노휴 신부는 라틴어로 “우리의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서 학교가 세상에 이름을 알려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농구 역사에서는 여러 가톨릭 대학들이 명문팀으로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올해 우승팀 빌라노바대와 4강팀 시카고 로욜라대를 비롯해 1950년대 전설적 스타 빌 러셀의 샌프란스시코대, 곤자가대, 조지워싱턴대, 세인트존스대와 1970년대 여자농구 최강 이마귤라타대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선교를 지향하는 가톨릭 대학들이 전국단위의 대학농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경우 학교 설립이념에도 크게 부합한다. 농구팀이 학교의 상징물이자 선교 사절이 되는 이유이다. 가톨릭 대학들은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전반기 미국 사회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노동자로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즈와 같은 도시에 많이 살게 되면서 잇달아 세워졌다. 농구 명문의 가톨릭 대학은 종교적인 철학을 선수들의 삶의 측면에까지 확장해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모든 인류를 치유한다’는 가톨릭의 정신은 지적이고 영적인 의미에서뿐 아니라 신체적인 면까지 포함시켜 농구뿐 아니라 미식축구 등을 학교의 핵심 운동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농구, 더 나아가서 운동의 가치는 미국의 가톨릭 대학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연세대를 비롯해 미션대학들도 미국과 같이 종교의 기본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운동의 역할을 설파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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