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오랜 고심 끝에 4일 오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껏 안 위원장의 정치역정이 그랬듯이 늘 위기의 연속이었고 또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던져서 당을 구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의 서울시장 출마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이후 당의 운명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 자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존망을 걸고 승부수를 띄워야 할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안철수, 야권교체 전면에 서다 

안 위원장은 불과 1년여 전에 대선에 출마했던 대선 후보였으며 또 차기 대선의 유력한 대선주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안 위원장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이다. 왜 그랬을까. 답은 간명하다. 어떻게든 바른미래당을 살려야 한다는 당 안팎의 절박한 요구에 안 위원장이 화답한 것이다. 설사 ‘벼랑 끝 승부’가 될지언정 지방선거 이후를 고민하거나 염두에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안 위원장에게 바른미래당은 한국정치발전의 ‘견인차’ 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그 견인차의 동력인 당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왜 또 벼랑 끝으로 가느냐’는 안타까움은 안 위원장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지금 내가 앞장서지 않으면 바른미래당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자칫 ‘도로 양당체제’로 복귀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결기이기도 하다. 물론 피곤하고 고달픈 일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제3지대 정당’으로서의 운명이요, 안 위원장이 가장 앞서 감내해야 할 소임일 것이다. 지금 안 위원장이 다시 그 소임 앞에 선 셈이다.

안철수 위원장의 등장으로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가 불투명하다. ‘따 놓은 당상’이라 믿었던 민주당 후보들은 너도나도 안 위원장 공격하기에 바쁘다. 그만큼 위기감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 프레임’을 만드느라 열심이다. 안 위원장을 ‘보수’로 묶어서 이른바 ‘적폐연대’라는 딱지를 붙여 한 방에 보내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지사와 엮으면 더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무지이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상처내기’에 다름 아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야권교체’를 표방했다. 스스로 ‘야권대표’라고 말한 것도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 한 표현이다. 따라서 안 위원장에게 있어 자유한국당 후보는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퇴출의 대상’이다. 게다가 후보 단일화 문제는 ‘안철수 정치’의 기본적인 문법도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야권후보 단일화’는 서울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만들어 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막강한 민주당 후보와 경쟁할 수 있는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사실상의 후보 단일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무서운 민심의 표출, 선거정치의 역동성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