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6.13 지방선거를 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권에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그 한복판에는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필명 드루킹)씨와 그가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정권 때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으로 절망하고 분노했던 국민들이기에 최근 드루킹을 둘러싼 댓글 조작 논란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직은 실체가 분명하지 않기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김경수 의원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치적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 무엇을 했나 

드루킹 논란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돈’과 ‘권력’ 그리고 ‘액션’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하나로 종합하면 결국 “느릅나무는 누구 겁니까?”에 관한 것이다. 먼저 드루킹 일당들은 그들의 아지트로 ‘느릅나무’라는 출판사 공간을 만들었다. 말이 출판사이지 사실상 ‘유사 선거사무소’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야권의 시각이다. 그동안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듯한 분위기이다.

우선 느릅나무의 ‘비용’에 관한 것이다. 자신들이 밝힌 것만 봐도 일 년에 십수억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핵심이다. 강연회 하고 비누를 팔았다고 하지만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뭔가를 숨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좌추적의 결론이 궁금한 대목이다.

두 번째는 권력과의 관계이다. 드루킹과 같은 막강한 댓글 조직은 대체로 각 정파의 핵심 인물들과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조직이 힘을 받을 수 있으며 그 대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에게 접근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김경수 의원까지가 다가 아니라는 소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드루킹은 지난 대선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열성적으로 지지한 ‘경인선(經人先: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 라는 그룹에서도 주도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 그룹의 이름을 거론하며 직접 찾아가는 모습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과도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드루킹은 직접 ‘천여명의 경인선 동지들’이 있다고 했다. 그 동지들이 끝까지 침묵할지, 두고 볼 일이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그들의 액션에 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대선 때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아직 전해진 것이 적다. 대체로 당시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하면서 야권 후보들, 특히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 거친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MB 아바타’ ‘갑철수’ 등의 저급한 표현으로 대대적인 여론조작을 시도했으며, 급기야 안철수 후보가 ‘TV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케 했던 배경이 됐다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주장이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드루킹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은 이미 깊은 내상을 입고 말았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댓글 조작에 분노하며 광화문광장에서 ‘이게 나라냐’고 외칠 때 그 뒤쪽에서는 민주당 몇몇 핵심 당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일삼았다면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끝으로 이번 사건에 임하는 경찰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초 이번 사건은 올 1월 17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맹비난하던 614개의 아이디에서부터 시작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시작되고 급기야 네이버와 민주당이 경찰에 고발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은 3월 22일이 돼서야 느릅나무출판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드루킹 등 3명을 긴급체포 하게 된다. 민주당이 경찰에 고발한 지 무려 50여일이 지난 뒤였다. 그 새 경찰은 무엇을 했을까. 게다가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물론 압수한 170여대의 휴대폰에 대한 조사도 성의가 없었다. 게다가 계좌추적도 반쪽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그리고 관련 내용도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4월 13일이 돼서야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찰의 이러한 태도는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때 중대한 범죄 혐의가 권력 핵심과 연루돼 있거나 경찰과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때는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야권이 추천하는 특검으로 조사해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이 사건도 딱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경찰이 수사하고 다시 검찰이 나서봐야 시간만 보낼 뿐이다. 이미 김정숙 여사의 이름까지 나왔다. 정치공방은 이쯤에서 접고 당장 특검으로 가는 것이 옳다. ‘이게 나라냐’는 촛불민심의 분노를 잊지 않았다면 이젠 문재인 정부가 답할 차례이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니라면 특검을 수용하고 그 결과를 국민께 보여주면 될 일이다. 시간을 보내다가 ‘김정은 뉴스’로 밀어 낼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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