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박정희 정권 이후 7명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모두 5명이 검찰청사 앞에 섰다. YS와 DJ만 예외일 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권력구조 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다음으로 각 대통령들의 도덕성과 리더십 등의 수준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비정상적 권력구조는 부패와 비리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MB의 비극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박근혜보다 더 나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럴 줄 알았다. 아니 부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야 ‘정치보복 프레임’에 일관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무슨 잘못을 인정해본들 큰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유형이다. 검찰청사 앞에서 “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대목은 범죄가 아니라 ‘정치보복’이라는 당초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을 바탕으로 범죄 혐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것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무지’했거나 특정인에 의해 휘둘린 수준을 훨씬 벗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을 주고받는 방식도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 건은 별도로 하더라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과의 금전 거래는 대표적인 경우다. 뇌물수수의 루트가 다양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영부인과 친형은 물론이고 핵심 측근들 다수가 연루돼 있다. 심지어 사위까지 연루된 정황이 나왔다. 특히 그 시점이 뇌물죄로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후에도 계속됐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도덕성마저 의심케 한다.

또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원 정치개입과 특활비 상납, 군 기무사 요원들의 댓글공작 등은 이명박 정부가 더 먼저였다. 국정원과 군 기무사의 명예를 먼저 짓밟은 쪽은 이명박 정부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극한 대치’로 몰고 갔던 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이명박 정부의 그것을 계승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 사이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했다. 무능한 정부의 무기력한 대외정책 결과가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앞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범죄 의혹은 하나씩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검찰에 가는 순간까지 ‘정치보복’을 언급하는 태도는 국민적 분노만 촉발시켰을 뿐이다.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이명박 정부의 모든 범죄 의혹을 이번만큼은 샅샅이 밝혀야 할 것이다. 이른바 ‘사자방 의혹’도 예외가 아니다. 천문학적 혈세를 어디에, 누구를 위해 쏟아 부었는지 그냥 덮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 권력을 ‘사유화’ 했다면 그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을 단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촛불로 일궈낸 새로운 권력인 만큼 이번만은 썩고 병든 과거 권력의 유산을 말끔히 씻어내고 정의와 상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어쩌면 하늘이 준 기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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