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북한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은 경악에서부터 생뚱맞기까지 참으로 요지경이다.

필자의 경험 중 한번은 지인에게 북한 당국의 돌출행동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혀를 내둘렀던 적이 있었는데, 지인 曰, 북한의 행동반경은 신년사에 다 나와 있으니 그걸 참조하면 1년의 모양새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라고 조언 받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정신없는 이 시기에 바로 몇 개월 전의 김정은 신년사를 다시 찾아보았다.

당시 한반도 전문가들은 2018년 김정은 신년사를 분석하기를,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을 평화마케팅의 수단으로 삼아 국면 전환을 도모할 것이라는 예견과 함께, ‘핵무력 완성’을 명분 삼아 남북관계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화해 제스처를 통해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거의 모든 것이 예상대로 착착 움직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김정은 신년사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보자. 

비핵화를 위한 남북, 북미 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년사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지난해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한 것입니다. (중략)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보지 못합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당시 화제가 됐던 핵 단추라는 표현이 새삼 눈길을 끄는 게 사실이다. 더 새겨 봐야 할 점은 다음에 이어진다.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중략)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노라면 소위 백두혈통이라는 김여정의 방한이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남갈등을 야기할 목적과 함께 숨겨진 고도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부당한 구실과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내세워 각계층 인민들의 접촉과 내왕을 가로막고”라는 언급을 통해,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된 정찰총국장 출신 김영철이 쪽문으로 들어와서, 5.24 조치 및 대북 제재의 국제연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미 계획된 것이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제 앞으로 진행될 각종 이벤트들이 즐비할 텐데 결론은 거의 눈에 선한 듯하다. 북한 김정은은 결국 핵보유국으로서의 군축과 평화협정을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이고, 꿈쩍도 않을 미국을 상대로 한국의 김일성주의자들을 총동원해 미군철수, 전쟁반대 등의 촛불몰이 전술을 구사할 것이 너무나 뻔해 보인다.

김정은 신년사의 마지막 구절을 빗대 자유북한 전사의 메시지로 바꿔본다면, “애국동지들, 2018년은 우리 자유진영에 있어 중대한 승리의 해로 만들어야 합니다. 모두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따라 한미동맹의 기상을 떨치며, 북한해방의 새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앞으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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