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남북회담이 열리는 그날 필자는 독일 베를린의 한인인권옹호협회가 주최한 자리에서 북한의 저항 작가 반디선생의 북 토크를 진행했었다. 당연히 남북회담에 대한 질문도 많았고 특히 회담이후 남북관계나 북한 핵과 관련해서 평화정착이라는 화두가 진지하게 논의되면서, 뭔가 이전과는 다른 기회가 한반도에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들이 모두에게 있었던 것 같았다. 그만큼 세상에서는 한반도가 화제였다.

청명한 베를린의 하늘을 바라보며 거닐었던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장벽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깔끔이 단장한 기념그림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수년전에 찾았던 그 분위기 그대로 수많은 인종의 사람들이 1989년 독일인들이 이뤘던 숭고한 베를린의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인종들 사이에서도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북한이었다. 넘쳐나는 인파의 어디에도 자유롭게 베를린의 봄을 누리는 북한인을 볼 수 없었기에, 북 토크의 자리에서도 필자에게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같은 민족이라는 북한 2천만 노예주민들이 한번만이라도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하는 그런 평양의 봄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호소했었다.  

마치 평화가 그냥 찾아온 것인 양 한껏 들떠있는 한반도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독일의 방송을 통해서 본 남북회담은 그저 수많은 뉴스 중 하나였고, 회담이 열리던 그날 메르켈 독일 총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자리에서 “과거 미국 정부가 했던 그러한 실수들을 결코 되풀이지 하지 않겠으며, 더 이상 북한에 놀아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쌍두마차인 폼페이오 장관과 볼튼 백악관 보좌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가고자 하는 평화의 길에 대해 보다 명확히 언급하였는바,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맡긴 분명한 임무가 있었고, 내가 북한을 떠날 때 김 위원장은 이 임무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성한 여건들이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볼튼 보좌관은 임명이후 최초로 행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한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공개 폐쇄에 대하여, 북한이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진짜 약속을 보고 싶다. 북한의 선전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너무나 극명하게 다른 미국과 한국의 정상회담 대응을 보면서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 사람으로 아무리 한국 편을 들고 싶어도, 참을 수 없는 선전선동의 가벼움들에 어찌 내 양심을 팔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세습독재라는 전무후무한 사악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왕조의 후견인이었던 자신의 고모부까지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하게 처형하고, 자신의 권좌를 넘볼 것 같은 이복형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독극물로 살해한 김정은이, 하루아침에 평화의 사도인 양 나서는 꼴도 우습거니와, 거기에 덩달아 춤추는 모습들을 보노라니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