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여행이라는 것은 참 아름다운 과정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는 호기심 섞인 설렘도 있고 약간의 두려움도 동반되며 심지어 인간의 변화라는 큰 의미도 던져준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한 경험은 실로 놀랍다. 경상도 태생으로 전라도 여행길에 그레이하운드로 기억되는 고속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던 것은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와 함께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거의 유일한 세대이다. 당시 근검절약을 이유로 초등학교 6학생이 되면 갈 수 있었던 첫 수학여행이 취소돼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얼마 전 전라도 광주의 한 교육감 예비후보는 “북한 수학여행은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통일의식 고취와 남북교류활동 증진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 또한 그 당위성에 있어서는 대찬성이다.

우리 아이들이 북한 또래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마음껏 보고 와서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삶의 방식과 가치를 비교해보는데 이보다 좋은 현장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 땅을 밟자마자 신나게 가지고 놀던 스마트폰을 뺏기고, 다녀야만 하는 길만 다녀야 하는 등 평생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온갖 황당한 일들을 제대로 겪어봐야, 체제와 이념의 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이 왜 그토록 기적의 나라라고 온 세계가 칭송함에도, 좌편향 교사들의 교육현장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배웠던 것이 순전히 거짓이었음을 제대로 느낄 게 아닌가.

하지만 북한 수학여행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필시 이런 것을 고민한 게 결코 아닐 것이다. 그저 북한과의 교류라는 차원에서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라 생각했음직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좌편향 교육현장 수준이 겨우 이 정도이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북한으로의 여행은 완벽한 기획 패키지 상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중간에 자유여행이라는 것은 결코 없다. 무심코 사진을 찍거나 길거리에 떨어진 돌조각이라도 기념품이 되겠다 싶어 가져올라치면, 단순 절도죄가 아니라 반공화국 전복죄로 구금됐다가 사망했던 미국 청년 오토 윔비어의 뒤를 따를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라는 곳은 세상에 보여줘야만 하는 공간이 있고 절대로 보여줘서는 안되는 공간이 상존하는 아주 기이한 사회다. 세상에 보여줘야만 하는 공간은 김씨 왕조와 완벽히 연결돼 있다. 또한 보여줘서는 절대 안되는 공간도 김씨 왕조와 연결된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한쪽은 찬양과 우상숭배의 공간이고 나머지 한쪽은 그 왕조에 저항한 사람들이 갇혀있는 공간이다. 북한식 표현으로는 농장관리소, 일명 정치범수용소로 불린다.

언젠가는 나치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탐방하는 것처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도 견학할 날이 오겠지만, 그전에라도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같은 또래 북한어린이들의 자유와 인권을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시간이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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