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근무한 지 1개월 정도 지나자 혁신학교의 여러 문제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49일째 전교사 토론회가 열렸고 필자가 발언을 신청해 그동안 느낀 문제에 대해 발표를 했다. 발언이 끝나자 혁신학교 체제와 방침에 불만을 갖고 있던 많은 교사들이 박수로 응원했고 지금까지 해오던 혁신학교 체제의 변화에 불을 지폈다.

“혁신 학교를 1년간 이끌어 온 여러 선생님들께 먼저 경의를 표합니다. 제 발언이 거슬려도 양해바랍니다. 불과 49일 밖에 근무를 안했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현재와 같은 혁신학교 체제로 근무를 계속 한들 달라질 게 없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지금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반학교와 다른 혁신학교 방식의 연구수업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이점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 정도 이점을 위해 한 달에 두세 번, 한번에 3개 학급 학생들이 방과 후에 남아 연구수업에 들러리를 설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듭니다. 연구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수업을 통해 여러분은 무엇을 배웠는가?’란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연구수업을 한 교사들도 일부를 제외하고 현재와 같은 연구수업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분이 많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은 선생님이 남으래서 어쩔 수 없이 남았고, 끝나고 빵과 우유를 줘서 좋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원치 않는 수업에 동원된 아이들의 시간을 뺏을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습니까? 학생을 방과 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아무런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생을 연구수업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또 선생이 이야기하는 ‘배움의 공동체’의 장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에게 남의 나라 땅을 자기 땅이라고 가르치는 교육관을 가진 교사들이 70%(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율 기준)가 넘게 있는 게 일본 교육계의 현실입니다. 사또 선생에게 ‘일본교과서의 독도 문제 기술’에 대한 생각을 물어봐서 역사관부터 검증 후 그의 학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또 선생은 모둠수업의 효과를 최소 5년, 10년의 결과물을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부 학교는 교장이 바뀌면서 이 수업을 그만 둔 학교가 많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모둠수업을 급하게 추진한 탓입니다.

학부모,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니 학부모와 학생은 혁신학교 내의 다른 부분에서 변화와 개선을 바라는데 교사들만 ‘혁신’ ‘혁신’ 외치며 마치 혁신의 대상이 교사인 양 모둠수업을 통한 연구수업에 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각 교사마다, 각 과목마다, 각 단원마다 특징이 있어 모둠수업이 필요한 단원은 교사 스스로 합니다. 또한 교실 책상을 ‘ㄷ’자로 배치하도록 강요합니다. “강제가 아니라 자율이다”라고 하지만 혁신학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보여지는 ‘ㄷ’자 책상배치를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면 대안이 무엇인지, 학교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고정관념을 버리고 교사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첫째, 연구수업을 꼭 해야 한다면 정규 수업 시간에 해야 합니다. 연구수업 날짜를 정하고 그 시간에 수업이 없는 교사들만 참관을 하면 됩니다. 강평은 수업이 다 끝나고 3시 15분부터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불필요하게 아이들을 남겨서 희생시키는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보여주기식의 연구수업은 교사의 잡무를 증가시키고 교사들을 불행하게 합니다.

두 번째, 모둠식 수업만 고집하지 말고 교사에게 재량권을 줘야 합니다. 해당 교사가 모둠식이든 토론식이든 강의식으로 수업하든 그 자체를 공개하고 관찰하면 됩니다. 다른 방식의 수업에서 더 훌륭한 교육적성과를 달성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세 번째, 모둠 관찰식 강평회는 폐지돼야 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시간과 예산을 들여 매번 틀에 박힌 멘트를 주고받는 강평회는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수업기술에 대한 강평을 하는 게 낫습니다.

진정한 혁신이란 아이들이 즐거운 수업, 교사들이 즐겁고 부담 없는 수업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교사들이, 아이들이, 학교가 발전이 되는 것 아닐까요? 겉으로 보여지는 혁신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모든 교사, 학생들이 만족하는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 아닐까요? 모둠수업과 공개수업만이 혁신이 아닐 텐데 마치 두 가지만을 위해 달려가는 쌍두마차가 혁신학교란 생각이 49일간의 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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