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혁신학교에 3년간 근무 후 필자하고 혁신학교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타 학교로 전보를 신청했다. 3년간의 혁신학교 근무 소회를 혁신학교 평가보고서에 남기고 떠났다.

“매년 여름이면 멀리 미국에서 찾아와 인생 상담을 나누고 가는 제자가 있다. 15년 전 담임을 맡았던 학생이다. 이 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 공대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했다. 그리고 미국 내 유수의 대학원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는데 하버드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대학, 대학원 학비와 생활비를 일절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기업의 해외 우수학생 후원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 학생은 필자가 ‘너는 나중에 미국 가서 공부해 하버드 한번 가봐라. 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란 한마디가 자기가 유학을 가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를 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진정성 담긴 격려로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수업 기술로 아이들의 실력만 키우면 되는 학원 강사가 아니다. 과거 교사들의 수업 기술이 좋아서 각계각층의 저명한 인물이 배출된 것이 아니다. 교사의 생활지도, 인성지도, 보살핌에서 학생 스스로 변화해 자기 길을 개척한 것이다.

3년 전 혁신학교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전입 왔다. 첫 느낌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2개월 정도 근무하자 ‘어? 이건 아닌데! 이게 혁신학교의 실체인가?’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결국 49일의 경험만으로도 불합리하게 느껴져 교사 토론회에서 주장했던 내용들이 지금은 대부분 폐지되거나 수정됐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사토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에 매달려 혁신학교 주도 교사들에 의해 끌려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교사에게 수업 기술을 강요하며 혁신학교에서 내세울 게 공개수업 밖에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였다. 교사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신 교사들을 혁신의 대상으로 삼고 교사가 변화하기를 강요했다. 마치 혁신학교가 생기기 전까지 교사들의 수업은 형편없었고 ‘사토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아니면 그 어떤 수업 기술도 효과가 없다는 듯이 폄훼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그만큼 교육은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듯이 당장 교육의 효과를 보려고 추진하는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며 도입됐던 혁신학교가 보수 교육감으로 바뀌자 혁신학교 예산이 감액되고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다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자 혁신학교 예산이 증액되고 혁신학교 지정이 확대되는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는 교육현장에서 전교조 교사와 비 전교조 교사와의 갈등을 야기하고 화기애애했던 교직사회 분위기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진보 교육감이 ‘혁신학교’라는 새로운 교육방향을 제시하자 전교조가 학교현장의 주도세력이 되어 ‘혁신학교’가 만능인 양 학교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한쪽 방향으로만 끌고 가고 있다.

혁신학교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토론식 수업이나 모둠끼리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 등은 권장할 만하지만 이런 게 꼭 혁신학교 체제에서만, 사토 교수의 이론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교육감이 선출됐을 때마다 교육의 방향이 바뀌고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갈등이 반복되는 한 혁신학교의 미래는 없다. 어떤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혁신학교 존폐가 극명하게 바뀐다면 이는 올바른 교육정책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일부 진보 교사들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혁신학교는 보수교육감으로 바뀌면 그 성과가 또 다시 평가 절하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대다수 교사들이 거부감 없이 혁신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진정한 혁신이란 아이들이 즐거운 수업, 교사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학교가 발전되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혁신이 아닌 모든 교사, 학생들이 만족하는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급격한 변화는 그 변화를 몸으로 겪어야 할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다.

혁신학교의 본래 취지인 ‘학생에겐 행복을, 교사에겐 자존감을, 학부모에겐 신뢰를 주는 학교’라는 대명제에 충실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희망이라고 한다. 많은 교사들이 혁신의 방향에 회의감을 느끼고 교직사회가 갈등을 겪는다면 학생은 교사로부터 희망을 얻지 못한다. 교육은 오로지 한 길, 학생만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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