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필자가 전교사 토론회에서 발표를 한 후 혁신학교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던 교사들의 문제 제기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년간 혁신부장과 전교조 교사들의 위세에 눌려 불만이 있어도 참고 지내던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혁신학교가 혁신을 주도하는 교사들, 이들과 갈등을 원치 않고 참는 교사들이 한 배에 탄 채 몇 사람에 의지해서만 항구를 찾아가는 표류하는 배 같았다.

혁신학교 운영은 학교장보다 혁신부장과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전교조 교사들이 운영방향을 좌지우지 한다. 혁신학교라는 이름은 갖고 있지만 수업 내용이나 학교 문화는 일반 학교보다 더 경직된 경우가 많다. 당시 B혁신학교는 “좌 ○○○, 우 ○○○”라는 말이 돌 정도로 혁신학교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교사들을 다그치는 전교조 교사가 있었다. 필자가 계속 문제를 지적하며 변화를 요구하자 수시로 불러 설득하며 압력을 가했다. 그동안 교사들이 침묵한 이유를 그 교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분기 1회 수업 컨설팅이란 행사도 했다. 지정된 교사의 공개수업을 초빙된 컨설팅 강사와 교사들이 지켜보고 강평회를 가진다. 혁신학교를 처음 시작한 경기도 장곡중학교 전교조 교사를 컨설팅 강사로 초빙했다. 공개수업이 끝난 후 강사의 강평을 듣는 순간 실소가 터져 나왔다. 교사의 수업기술에 대한 조언이 아닌 학생을 관찰했던 이야기를 5분 정도 하는 게 다였다. 강사비를 확인하니 기본 1시간 13만원에 초과 4시간×7만원=28만원, 총 41만원을 지출했다. 수업 1시간 참관, 강평 1시간 배석했는데 5시간 비용이 지출돼서 “학교 예산이 아닌 개인 돈이라면 이런 수준의 컨설팅을 위해 41만원을 지불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수업 지도안을 사전에 받아 검토도 해주고 수업 전에 미리 학교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활동 3시간을 포함해 지출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교육적 효과도 없고 마치 지인에게 강사비를 주기 위한 것 같은 무늬만 컨설팅은 결국 폐지됐다.

공개수업에 곽노현 교육감이 초빙됐던 적이 있다. 언론사도 취재 경쟁을 펼쳤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교육감을 비롯한 강평자들의 덕담이 이어졌다. 혁신학교 전입 교사 대표로 필자에게 강평 요청이 왔다. “학생들이 많은 외부인에 둘러싸여 수업을 받으면 긴장 돼서 수업의 효과가 없다. 더 이상 이런 보여주기식 공개수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직격탄을 날려 공개수업 강평회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곽노현 교육감 재직 시 혁신학교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매년 1억 5천만원을 운영예산으로 지원하다 곽 교육감이 구속돼 새 교육감이 선출된 2014년 6천만원으로 줄었다. 3년간은 일반학교에 대한 분명한 역차별이었다. 혁신학교에 배정된 예산은 공개수업 강평 시에 먹는 간식비, 1박 2일 워크샵 비용, 체험활동이나 기타 활동 후 학생들에게 주는 간식비 등, 먹는 데 쓰는 돈이 상당액을 차지한다. 혁신학교 예산의 출납을 담당하는 행정실 직원들은 이런 지출을 무척 한심해 했다. 혁신학교의 장점을 ‘다른 학교에 비해 예산이 여유 있고 먹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서 좋다’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교사도 있다.

혁신부장의 공개수업도 참관했다. 참관 교사 30여명과 학생을 대상으로 의식화 수준의 공개수업이었다. 천성산 터널의 도룡뇽 보존 문제가 수업주제였는데 터널 공사하는 정부는 ‘악’이고, 스님은 ‘선’이라고 삼단논법으로 규정지었다. 강평회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 왜 정치색을 입힌 주제의 공개수업을 하냐? 참관한 교사나 학생을 무시하는 것이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진보교육감과 혁신학교, 전교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혁신학교 구성원의 많은 수를 전교조 교사가 차지한다. 서울의 B혁신학교에 근무했던 전교조 교사들은 학교를 옮길 때가 되면 가까운 C혁신학교로 전보를 신청하고, C혁신학교에 근무했던 교사들은 B혁신학교로 전보를 신청해서 맞교대를 한다. 당연히 일반교사는 혁신학교 전보를 꺼리게 되고 여기서 혁신학교의 한계가 드러난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며,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거창한 혁신이론을 내세우며 말로만 혁신을 외치지만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을 위한 무대일 뿐이다. 혁신학교의 양적인 확대에 주력하기보다는 질적 수준을 높일 정책이 먼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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