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가 동아일보가 주관해 실시한 ‘2017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평가 대상이 된 40개 정책 가운데 가장 낮은 만족도를 나타낸 ‘혁신학교 확대’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해 교육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며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그 후 2010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6개 교육청에서 도입해 확대됐고 2011년에는 곽노현 교육감 주도하에 서울시 교육청도 도입했다.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주체가 전교조 교사인 배경이다.

필자는 서울 도봉구의 B혁신 중학교에서 3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교직에 있는 동안 7개 학교를 거쳐 갔다. 근무하는 동안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들 지도로 힘들었던 기억은 많지만 동료 교사와의 갈등으로 교직에 회의가 든 학교는 B중학교가 유일하다. 혁신학교에서 필자의 근무기록을 통해 혁신학교의 실체를 알리려고 한다.

2012년 2월 혁신학교에 발령을 받고 착임계-개인 신상과 신학년도에 업무 배정과 담임 배정을 신청하는 서류-를 내자 혁신부장이 “전입교사는 방학 때 1일간 혁신학교에 대해 교육을 받고 근무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지정된 날짜에 전입 교사 5명과 함께 혁신교육의 방향에 대해 혁신부장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2010년 김상곤 교육감의 지시에 의해 경기도 장곡중학교가 처음 도입한 혁신학교의 뿌리는 일본의 동경대 교수이며 교육학자인 사또 마나부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란 학설이었다. ‘배움의 공동체’를 차용한 혁신학교의 주요 핵심은 이렇다. 첫째, 교실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가르치는 수업의 장이 아닌 학생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배움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 교사는 이러한 과정을 중간에서 지도하는 역할만 한다. 두 번째, 주입식 수업을 지양하고 매 단원마다 주제를 선정해 토론식 수업을 한다. 세 번째, 토론식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교실의 책상 배치는 전체적으로 칠판을 바라보고 위로 열린 ‘⨆’자 모양으로 앉아 앞줄의 아이들이 뒤로 돌면 뒷줄의 아이들과 바로 3~4명씩 모둠을 만들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수업의 도입 부분에서는 ‘⨆’자 중앙에 있는 교사를 바라보고 토론이 시작되면 모둠을 만들어 서로 학습에 도움을 주거나 토론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를 혁신학교에선 ‘ㄷ’자 책상 배치라고 했다. 네 번째, 교사는 순번에 따라 연구수업을 수차례 하는데 연구수업이 끝나고 강평 시에 지켜야 할 ‘룰’이 있다. 절대 동료 교사의 수업에 대해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관찰하고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는 수학을 썩 잘하지 못하는데 짝꿍인 ○○○의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하는 것 같다’ ‘○○○는 옆 친구의 도움으로 힌트를 얻고 두 아이가 함께 답을 찾아 가더라’ ‘왼쪽 뒷자리의 ○○○는 국어를 잘하는데 수학 수업에도 논리적으로 접근하더라’ 등과 같은 식이다. 다섯 번째, 1주일에 1회, 1개월에 3회 가량 학교 수업이 다 끝난 후 학년별로 과목 교사가 선정한 1학급씩 남겨서 연구수업을 한다. 학부모나 학생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구 수업에 선정된 학급은 1시간을 더 남아 20여명의 교사에 둘러 싸여 관찰 대상이 된다.

교사들은 연구 수업을 할 때 수업하는 학급 중에서 가장 수업태도가 좋고 리액션(반응)이 좋은 학급을 선정한다. 수업분위기가 좋은 학급의 경우 대부분 과목의 교사들에게 선정돼 한 달에 두 세 번을 남아 강제로 연구 수업에 동원되는 셈이다.

일반 학교의 연구 수업은 동료 교사의 수업을 통해 수업 기술을 배우고 강평을 통해 수업기술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혁신학교는 학생들만 관찰하고 그 주제로 토론한다. 학급이 중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했던 강평을 또 하고 이미 몇 번 언급됐던 학생들만 강평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고통수업으로 표현될 정도로 교사들의 연구수업에 대한 업무부담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었다. 검증되지 않은 일본 교육학자인 사또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 이론을 들여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혁신학교의 실체란 게 믿기지 않았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후 알게 된 사실은 혁신부장이 전교조 간부급이고 ‘곽노현 심복’이라는 이야기였다. B중학교에서 혁신학교를 선도하는 대부분의 교사도 전교조 소속 교사였고 그들의 모임에서 혁신학교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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