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 등 맞아 기독교 불교계 등 올해 종교계에는 어느 해보다 개혁과 혁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개혁은 종교계 리더인 ‘성직자’의 변화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들은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더 많았다. 본지는 7회에 걸쳐 2017년 화제에 오른 종교계 이슈 7가지를 재조명해본다.

명성교회가 지난달 12일 부자 세습을 강행 처리했다.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2대 담임목사로 공식 취임하면서 세습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12
명성교회가 지난달 12일 부자 세습을 강행 처리했다.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2대 담임목사로 공식 취임하면서 세습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12

한국교회 뒤흔든 부자세습 논란
 

세습 하지 않겠다던 김삼환
올해 3월 김하나목사 담임 청빙
신뢰 깬 결정에 지탄 쏟아졌지만
결국 지난 달 중순 세습 마무리

 

김동호 “사단 꼬임에 넘어가”
장신대 신학생들 잇따라 성명
교인 416명 세습 철회 외치며
“父子목사 교회 떠나달라” 요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교계의 장로교단 중 대표적인 교회가 명성교회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 소속의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72) 원로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로 꼽힌다. 그 명성과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 올해 터졌다. 바로 명성교회 부자(父子)세습이 강행된 것이다. 그 충격은 한국 교계를 강타했다.

여기저기서 세습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교회 밖에서도 떠들썩한 논란과 지탄이 이어졌다. ‘세습을 안 하겠다’던 김삼환 목사는 자신의 내뱉은 말을 어겨가면서까지 장남 김하나(44) 목사에게 명성교회 2대 담임목사직을 넘겼다. 김하나 목사 위임식이 열린 지난 11월 12일 초대형교회인 명성교회가 부자세습을 마무리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성교회는 더 이상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다… 사탄의 꼬임 수에 넘어갔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예장통합총회 산하 장로회신학대학교 일부 교수와 신학생들이 명성교회의 변칙세습을 규탄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교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명성교회 청년·대학부 출신자 416명이 세습 철회를 요구했다. 일부 교인들은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가 교회를 떠나 줄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명성교회는 등록 신도수 10만명, 출석 신도 5만명을 자랑하는 장로교단 내 최대 교회다. 한해 재정 예산만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 최대 교회로 알려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이러한 권한과 교권을 그대로 아들에게 위임한 김삼환 목사에 대한 비판이 예장통합총회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총회는 지난 2013년 세습방지법을 총회대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가결했다. 명성교회는 교단 세습방지법을 위반하는 등 불법을 강행한다는 비판에도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세습을 무효화하는 소송이 교단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벌이는 명성교회 세습 철회 1인 시위가 지난달 말부터 서울 종로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회관 앞에서 계속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7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벌이는 명성교회 세습 철회 1인 시위가 지난달 말부터 서울 종로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회관 앞에서 계속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7

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은 이달 초 ‘2017년 대림절 총회장 목회서신’에서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최 총회장은 “교회와 사회가 심각하게 우려하며 해당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의 깊은 회개와 전국 교회가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자세와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회의 세습방지법을 무시한 채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 사죄와 납득할 만한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목회서신은 예장통합총회를 이끄는 총회장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요구에도 명성교회는 어떠한 입장이나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세습 청빙절차를 반대했던 서울동남노회의 일부 목회자들이 소속 노회에서 징계에 가까운 행정상(소송)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명성교회 2대 목사 청빙절차는 지난 2015년 12월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면서 진행됐다. 당시 세습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김 목사는 “아들에게 세습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1년 반 가까이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던 명성교회 청빙위원회가 올해 3월 김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하며 파문이 커졌다. 서울동남노회가 지난 10월 24일 73회 정기회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가결하면서 행정상의 세습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명성교회 당회는 3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세습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 지난달 12일 김하나 목사의 위임식을 끝으로 부자세습을 완료했다.

명성교회 부자세습 일지. 사진은 명성교회 전경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12
명성교회 부자세습 일지. 사진은 명성교회 전경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12

명성교회의 세습 소식은 여론을 통해 급속히 전파되며, 따가운 눈총과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교회 사유화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뿐 아니라 jtbc 뉴스룸이 명성교회가 세습 직전 수상한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성교회와 부동산 거래를 한 광성교회 김창인 원로목사는 김하나 목사 위임식에서 설교를 맡아 세습을 지지했다. 광성교회는 문제의 수련원을 시세(34억)보다 저렴한 30억원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자 명성교회 측에 구매를 요청했고, 시세보다 17억원을 더 주고 51억원에 명성교회가 매입해 의혹을 샀다. 양 교회 측은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된 거래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현재까지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명성교회는 정식 절차에 따른 담임목사 청빙이며, 부자 세습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회와 김하나 목사는 “세상과 교계의 우려를 공감한다. 세상의 소리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우리는 앞으로 그 우려가 해당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성교회 측에 사죄와 결단을 촉구한 예장통합총회가 향후 어떠한 입장과 행정절차를 밟아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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