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 등 맞아 기독교 불교계 등 올해 종교계에는 어느 해보다 개혁과 혁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개혁은 종교계 리더인 ‘성직자’의 변화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들은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더 많았다. 본지는 7회에 걸쳐 2017년 화제에 오른 종교계 이슈 7가지를 재조명해본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국의 사드 비용 요구 규탄 및 사드 배치 원천무효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사드배치반대 김천대책위,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대위 회원들이 사드배치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4.28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국의 사드 비용 요구 규탄 및 사드 배치 원천무효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사드배치반대 김천대책위,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대위 회원들이 사드배치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4.28

반사드·탈핵운동 이끈 종교계

 

북핵·사드배치 전쟁위기 고조
종교계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남북상생 위해 평화협정 촉구

탈핵 외치며 범국민 서명운동
“핵무기 보유행위는 비이성적”
‘생명·평화’ 바라는 마음 확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연일 미사일 실험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올 한해 한반도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 결정과 올해 들어 사드 배치 예정지로 경북 성주지역이 확정되면서(추가 배치 완료) 종교계를 비롯한 성주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반(反)사드를 외치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원불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드 배치 지역과 직선거리로 2.2km가량 떨어진 원불교 성주성지에는 원불교 종법사인 송규 종사 생가터, 구도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원불교 2대 종법사로 ‘원불교’라는 교명을 짓고 교단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원불교뿐 아니라 이웃 종교계도 반사드 운동에 동참하고 연일 성명과 집회를 열어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구호와 함께 정부의 사드 배치 백지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첨단 전쟁 무기가 남한에 배치되면서 한반도에 전운이 더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성주 지역을 찾아 사드 배치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원불교 측은 “사드 배치로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지도 모른다. 종교가 평화, 정의, 한반도 새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부탁하며 반사드 운동에 동참을 호소했다.

김희중 대주교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남북 상생을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국민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평화협정이 있으면 사드는 필요 없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개신교계는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지역 종교인을 비롯한 김천·성주 시민 2550명이 사드 배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까지 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64주년인 올해 종교인들과 반전(反戰)·평화단체 등은 사드 배치지역인 경북 성주지역과 서울 국방부, 광화문광장 등에서 사드 반대와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평화기도회를 꾸준히 열고,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초 7대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선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은 “사드 배치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없이 강압적으로 진행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국제정세를 이해하나 주민들과 함께 하는 평화의 기도와 평화운동은 현장에서 계속하고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사드 임시배치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과 갈등에 대해 “원불교에 많은 어려움을 드렸다”면서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종교인들이 펼쳐온 평화의 염원은 반사드 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연의 고귀한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최첨단 무기인 핵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반(反)핵, 탈핵 운동에 종교인들이 전면에 나서 시민들을 이끌었다.

올해에도 탈핵천주교연대가 추진하고 있는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인 서명운동’에 수많은 국민들이 동참하는 등 탈핵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탈핵천주교연대는 “탈핵은 시대의 징표이고 새롭게 해석된 신앙고백이기에 시대의 아픔에 공감해야 할 교회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달 초 “인류사회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행위가 비이성적이다”며 핵무기를 소유한 국가들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교황은 꾸준하게 국제사회에 핵무기 전면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진행된 탈핵 서명운동에는 지난 4월 초부터 6월 4일까지 천주교 13개 교구와 수도회 등에서 9만 8518명이 동참했다. 두 달도 채 안된 기간에 이룬 성과다. 같은 기간 개신교 2만 5588명, 불교 거둔 2만 1685명, 원불교 8163명이 동참하는 등 탈핵운동에 종교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

올 한해 탈핵운동과 반사드운동에 나선 종교인들의 뜻과 행동에 공감한 국민들의 마음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평화의 마음이 이 땅 한반도에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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