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단개혁연석회의와 조계종 집행부가 대립하는 적폐 쟁점 사항. ⓒ천지일보(뉴스천지)

“종단 비판한다고 징계·탄압” 뿔난 불자들 거리로 나서
총무원장 선거 앞둔 자승 집행부, 적폐 논란 해명에 안간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적폐 논란으로 내홍이 심한 조계종이 개혁파와 집행부 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조계종 집행부가 현안 문제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자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전국선원수좌회, 바른불교재가모임 등 승가와 재가불자단체들로 꾸려진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연석회의’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국 앞마당에서 ‘종단 집행부의 적폐 청산 요구에 대한 입장’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종단개혁연석회의는 “종단이 수년간 ‘자성과 쇄신’을 추진해 왔다. 이 일이 진정성이 있게 추진됐다면 지금처럼 불자들이 ‘적폐청산과 청정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승) 총무원장과 집행부가 종단 내 심각한 범계(계율을 어김)와 불법 타락 행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비판세력을 징계하고 탄압해, 그 결과 불자들을 법당이 아닌 거리로 나서게 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단은 지난 25일 열린 ‘2차 사부대중100인 대중공사’에서 총무부장 지현스님을 통해 종단 안팎에서 불거지는 적폐 논란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현안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자승 총무원장 퇴진과 적폐 청산’을 줄기차게 외쳐온 승가와 재가불자·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종단개혁연석회의는 30일 조계종 적폐 쟁점 사항을 열거하며 반박 성명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이 꺼낸 적폐들로는 ▲마곡사 본사주지 금권선거 논란 ▲용주사 본사주지 관련 은처자 문제 ▲적광스님 폭행사건 ▲불교 언론탄압 논란 ▲제적(승적 박탈) 징계 명진스님 논란 등이다. 이 외에도 개혁파와 뜻을 같이해 우려를 표명한 원로·시민사회 인사들을 불순한 외부세력으로 왜곡(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연석회의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국 앞마당에서 ‘종단 집행부의 적폐 청산 요구에 대한 입장’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개혁파, 금권선거 등 적폐 비판

연석회의는 마곡사 주지 논란과 관련 ‘현 종법상으로는 마곡사 주지 자격유무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입법 미비 사항이다’는 입장에 대해 “종단 선거법과 산중총회법은 금품을 교부하거나 수수한 자에 대해 공권정지 5년 징계를 처하고, 받은 금액을 10배 변상하게 돼 있다”며 “법원도 종단의 자체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결문에 적시함에도, 종단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록 종법에는 조항이 없지만 사회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종교단체로서 후보자의 최측근이 당선을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면 후보자가 이에 대한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것을 종헌·종법 무력화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용주사 본사주지 은처자 문제에 대해선 “개인 신상에 관한 민감한 사안이라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피해갔다. 비구(출가한 남자 승려) 정체성 문제다. 우선 주지직무정지를 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용주사 금권선거 문제와 관련 “‘금품을 수수했다’는 승려들의 진술서가 제출됐는데도 (종단 차원)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적광스님 폭행사건에 대해선 “지현스님 말처럼 우발적이었다는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하며 “우선 호법부는 조사과정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 8월 21일 동영상만 봐도 임의 동행에 동의하지 않았다. 총무원청사로 강제로 끌고 간 것이다. 종헌·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강제적인 환속제적원 작성도 문제를 삼았다.

‘불교닷컴·불교포커스’ 언론탄압과 관련해서는 “(중앙종회 해종언론 지정과 5금 조치 등) 힘으로 누르고 통제하려는 방식은 비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반불교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명진스님 징계 건과 관련 “지금 종단은 집행부에 우호적인 스님들에 대해선 약한 징계를 하거나, 조사나 징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반면 종단을 비판하는 스님들에 대해 과도하게 징계를 가해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 종단 사법기능의 공정성과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명진스님은 현재(31일) 14일째 단식 중이다. 스님은 부당한 징계라고 주장하며 제적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종단 세속화(사사화)를 우려한 시민사회 인사들에 대해 “불순한 의도를 가진 외부세력으로 오도했다”고 비판했다. 불경(상윳따니까야 ‘꽃의 경’ S22.95)의 말씀까지 인용, 부처님도 세상의 현자들의 말을 경청했다며 현 집행부의 불통을 지적하기도 했다.

▲ 조계사 신도회가 최근 일주문 앞에서 연일 열리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며 자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계사는 ‘무분별한 혼란 조장에 기도도량이 멍들고 10만 신도가 눈물을 흘립니다’ 등 대형 현수막을 사찰 경내에 내걸었다. 이와 함께 제적 징계를 받은 명진스님에 대해 설명하는 펼침막을 경내에 설치하고,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인 명진스님을 비판했다. 30일 스님과 불자가 펼침막 내용을 자세히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기관지 통해 해명 적극 나서

조계종은 논란이 되는 ‘적폐’ 쟁점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기보다는 기관지인 ‘불교신문’을 통해 해명하고 나섰다. 신문이 ‘이것이 팩트’라는 타이틀로 보도한 쟁점들은 사미 적광스님 폭행건과 해종언론 탄압 논란, 명진스님 제적 논란 등이다.

신문에 따르면 적광스님 건과 관련 임의동행 과정에서 폭행은 있었으나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폭행은 없었음이 확인됐고, ‘집단린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도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한 구타와 협박 끝에 강제로 환속제적원을 받아냈다는 의혹도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종언론 건에 대해 불교닷컴은 국가정보원과의 결탁 의혹과 (불교포커스도) 특정 정치세력을 비호하고 종단의 현안에 대해 왜곡 조작보도를 일삼아 왔다는 이유로, 중앙종회가 2015년 11월 해종언론으로 지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명진스님 제적 논란에 대해 명진스님은 종단 승인 없이 사찰의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려 하고, 대외적으로 종단을 비하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5월 1일 제적 징계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종단의 신성(神聖)을 상징하는 종정 스님까지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또 소명할 기회는 충분히 받았다며, 호법부는 2개월간 조사했고 호계원은 4개월간 심리를 진행했으며 총 4차례에 걸쳐 등원을 요청했다면서 종단법의 절차대로 징계가 이루어졌다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종단개혁연석회의와 조계종 집행부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양측의 대화를 요구하나, 입장차가 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40여일 앞둔 조계종이 적폐 논란의 해법을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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