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반대평화기도회준비위원회(준비위)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전쟁반대 평화 기도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위기감 느낀 개신교·불교계

기도하고 염불 외며 평화기원
“한판도 평화구축, 우리가 하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오늘 우리들이 전쟁을 걱정하고 평화를 염원하게 된 근원은 한반도 분단에 있습니다. 우리들은 분단을 극복하는 주인은 남과 북의 우리 민족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아무리 어렵고 난관이 조성되더라도 이 땅 위에 통일정토를 세우기 위해 용맹 정진하겠습니다.”

경북 성주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배치한 후 종교계 내에서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 진보진영과 불교계는 사드배치에 반발하며 한반도 내 전쟁 발발 요소들에 대한 지적과 함께 요구사항을 내걸고 기도회·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개신교 진보진영, 평화기도회

29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기독인들’은 서울 광화문서 전쟁반대 평화기도회를 갖고 ▲5.24 조치를 해제할 것 ▲남북 평화협정 체결에 나설 것 ▲사드 배치를 즉각 철회할 것 ▲한반도 비핵화를 실행할 것 등을 기도했다.

평화기도회에 참석한 기독교인들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 민족에게는 ‘재앙’이자 ‘공멸’의 길일뿐”이라며 “한반도에 전쟁을 야기할 어떠한 정치적 발언이나 군사적 행동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남과 북은 평화통일을 위해 그간 노력해 온 상호신뢰의 결과인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 선언 등의 실제적인 이행을 해야 한다”며 “불이행은 분단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구축은 주변 4대 강국이 아닌 남북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 28일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사회노동위가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한반도 전쟁반대·평화기원 법회’를 봉행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염불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계에서도 평화법회

개신교인들의 평화기도회가 열리기 전날인 28일에는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 본부장 법타스님)와 사회노동위(사노위, 위원장 혜용스님)가 같은 장소에서 ‘한반도 전쟁반대·평화기원 법회’를 봉행했다.

민추본 사무총장 진효 스님은 “7000만 겨레의 터전인 한반도에 미국과 북한의 수장이 전쟁을 쉽게 운운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한국 정부는 정전 상태를 끝내고 항구적 평화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발언자로 초청된 원불교 정상덕 교무는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 데 반발하며 “사드는 오직 미국을 위한 미국의 방어 체계”라며 “군사 과학적으로도 엉터리”라고 맹비난했다. 반전평화국민행동 한충목 대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괘념치 않는다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이날 참가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이 땅 한반도에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를 엄중한 상황이 조성돼 있다”고 우려하며 “전쟁은 인간에 대한 최대의 악행이고 평화는 만복의 근원이다. 우리들은 불살생의 계율과 평화의 이념을 지켜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실천행에 힘 쓰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들은 “우리들은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심기 위한 작은 걸음을 시작했다”며 “이 평화의 씨앗이 우리 겨레 모두에게 전해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튼튼한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무량한 가호와 가피를 내려달라”고 염원했다.

◆법타스님 “핵전쟁, 우리 민족 공멸하는 길”

민추본 본부장 법타스님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남북관계가 은산철벽”이라며 “6.25 이후 지금보다 더 험악할 때가 없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도 잘못이고, 우리 측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미 버려놓은 거라고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법타스님은 “요즘은 통일·애국을 말하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지만, 남북 분단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의 번영과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며 “이미 한계에 와 있음에도 그걸 못 느끼고 희희낙락하면 하루살이 인생이 되지 않겠는가. 반만년 역사 후에 또 반만년이 가고 그다음에 또 반만년이 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시대에 우리가 버려놓으면, 마치 조선 말 우리 선조들이 잘못해서 일본 제국주의 정부에 먹히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걱정했다. 법타스님은 “핵전쟁이 나면 우리 민족은 공멸하는 것”이라며 “승자가 어디에 있고 패자가 어디에 있는가. 이 땅에 우리와 우리 후손이 번영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희생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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