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총기로 경찰을 살해한 성병대(46)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호기심에 따라할까 봐 걱정”
사제총 재료, 구입 제한 없어
경찰학과 교수, 법 강화 강조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불안하지요. 총기 사건이 또 일어날까봐…. 총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데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나요?”

서울 마포구 마포시장 부근에서 21일 만난 어진희(76, 여, 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오패산 총격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씨는 총기 제작 재료와 제작법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해했다.

지난 19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을 쏜 범인인 성병대(46)는 직접 제작한 총으로 경찰에 총격을 가했다. 사제총에 의한 총격으로 경찰이 숨지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 1월부터 총포·화약류의 제조 방법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경우 제한할 방법이 없다. 경찰에 따르면 성병대도 인터넷을 통해 총기제작법을 배웠다. 이처럼 총기를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시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사는 이모(60대, 여)씨도 “이 사건을 모방해 누군가 인터넷에 들어가 총기 제작 방법을 보고 만들어 악용한다면 이번처럼 끔찍한 일이 또 발생할 것”이라며 “밤길에 다니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혁진(가명, 26, 남)씨는 “일반인이 인터넷을 통해 총기 제작법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일 큰 걱정”이라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총을 직접 만들겠느냐’라는 의견도 있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성병대가 만든 총기의 재료는 나무와 쇠파이프, 나사 등으로 구입 제한이 없고 일반인도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이었다. 총기 제작 방법에 대한 동영상도 한 번의 인터넷 검색으로만 수백개가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패산 총격 사건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우려뿐 아니라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사는 정모(59, 남)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모방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찰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같은 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20대, 남)씨도 “총은 얼마든지 무기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특히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악용될 수 있기에 총기 제작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책 마련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높은 가운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연수 호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터넷으로 총기를 제작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는 하지만 총기를 실제로 제작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강력한 법이 있다면 쉽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총기 제작 규제에 대한 강력한 법을 만들어 범죄 유발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 제작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신고제도 강화해야 한다”며 “누군가 총기를 제작하는 과정을 발견하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되거나 의심이 가는 경우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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