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얼마 전 동남아 여행길에 라오스 맥주를 마셔 보았는데 한국 맥주보다 맛있던데요. 한국 맥주는 싱겁고 밍밍하기만 한 것 같아요. 동남아보다 우리가 훨씬 과학 기술력이 좋고 경제력도 나은데 맥주는 왜 맛이 없는 건지….”

더운 날 갈증 해소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딱’이다. 노동으로 땀에 젖은 애주가의 목을 넘어가는 차가운 호프가 마치 보약 같다. 한여름이었던 얼마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지인이 맥주 한 컵을 마시려고 입에 대어보다 잔을 식탁에 탁 내려놓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함께한 다른 지인들도 너도 나도 앞 다퉈 국산 맥주를 성토했다.

“국산 맥주는 일본 맥주는 물론이고, 중국 칭다오 맥주보다 훨씬 맛없고, 어쩌면 전에 마셔본 북한 대동강맥주, 룡성맥주보다도 못한 듯해요.” “식당에서 맥주를 주문하면 으레 오비(OB)의 카스나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중 어느 맥주를 마실 것인지를 되물어요. 다른 회사 맥주는 유통망도 잘 안 갖춰져 있고 전국적으로 두 회사가 독과점한 상태인가 봐요.” “저는 하는 수 없이 비싼 수입맥주를 마시다 요즘은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파는 주점을 찾아다녀요.”

정보가 쏟아졌다. 지난해 한국인 1인이 연간 소비하는 맥주의 양이 150병, 소주는 62.5병이라는 통계수치, 맥주값의 절반이 세금이라느니, 국산 맥주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고 수입 맥주 점유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얘기. 다음 모임 때는 수제 맥주집에서 모임을 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 맥주가 왜 맛이 없는지, 물을 많이 타 희석시키기 때문에 싱거운 것인지, 아니면 제조 공법이 달라서인지 등을 놓고 토론이 이어졌지만 결론은 당국이 나서 국산 맥주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최근 독일 유학파인 친구와 만나 세계 맥주 판매점을 들렀다. 친구는 자신이 공부하던 대학도시에서 만든 맥주를 권했고, 필자가 마셔본 유럽 맥주는 ‘진짜 맥주가 이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했다. 수입 맥주에 뒤지지 않을 좀 더 맛있는 맥주를 우리나라도 만들어내야 할 텐데.

문제는 경쟁력이다. 맥주의 국제경쟁력도 그러하지만 군사적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액이나 무기수입액으로 볼 때 지구촌에서 손꼽을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을 쓰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의 군사력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또한 북핵이나 미사일 개발 시위에도 끄떡없을 만큼 군사적 우위를 점하지도 못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비핵화선언 이후 한국에는 핵이 없다. 핵추진 잠수함도 없고, 핵항공모함도 없다.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없고, 스텔스전투기도 없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이에 대처할 효과적인 억제력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에 관한 부분이다. 우라늄 추출을 하지 못한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과학자들이 지난 2000년 우라늄 분리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대덕연구소에서 핵연료 국산화를 위해 뜻있는 과학자 몇몇이 극소량인 0.2g의 우라늄235 분리실험을 한 사실이 확인돼 외신이 난리법석을 피웠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방한해 사찰을 실시하면서 당시 ‘362사업’도 올스톱되고 말았다. 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6월 2일 핵추진잠수함을 만들도록 지시해 시작했던 사업인데 무산됐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이 중지되지 않았더라면 이미 4000t급 핵잠수함을 보유해 북한의 SLBM 위협에도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핵보유국 아닌가. 우리는 왜 끊임없는 재래식 무기의 군비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언제까지 북핵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카드를 쓰지 못하고 쩔쩔매야 하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핵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드가 아니라) 핵보유이다. 사드 배치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우리도 핵을 직접 개발하든가, 아니면 미국의 전술핵이라도 배치돼야 한다. 한반도비핵화선언은 전면 백지화를 검토하자. 이 문제만큼은 일본 대만 등과 함께 공동보조를 취해도 좋다. 핵무장밖에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분명히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남북대화가 시작된다. 힘과 힘의 균형이 이뤄지면 협상이 열린다. 남북대화 테이블 위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평화체제전환이 패키지로 논의돼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시야에 다 들어온다. 대선정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안목과 신념을 지닌 지혜로운 정치지도자의 출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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