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우리 사회는 날로 심화돼 가기만 할 뿐인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과제다. 이와 함께 정치의 양극화도 큰 문제다. ‘친박’ ‘친문’이 양극단을 향해 제 갈 길만을 간다. 한데 어울려 상생을 도모하는 ‘비빔밥 정치’가 아니다. 나만 옳고 나만 살면 된다는 ‘따로 국밥 정치’다. ‘친박’ ‘친문’이야 어중간한 중간지대와 다르다. 세력화가 돼 있어 거수기정치, 패거리정치문화에 익숙하다. 정계개편이나, 정치권 지각변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더러 탈당할 테면 탈당하라고 배짱 내밀고 있어. 끝내 당에 남게 되는 TK 친박의원들은 답답할 게 없어. 내년 대선 승부와도 상관없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만 당선되면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대선에서 지면 지역 유권자들이 더욱 똘똘 뭉쳐 새누리당에 표를 주지 않겠나 하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야.”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야. 지도부가 곧 친문 몰빵 세력으로 장악될 거야. 문재인 개인의 재수(再修)를 도모하는 ‘도로 문재인당’인 셈이지. 문재인 지지율이 현재 2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기득권을 놓치지 말고 지키기만 하자는 것이야. 친노 친문세력에겐 정권교체보다는 자신들의 안위가 우선 아니겠나.”

물론 유명 정치인의 공개 경고는 아니다. 친박과 친문 그룹의 최근 분위기를 전한 한 정치권 지인의 전언일 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양당은 다시 찢어지고 쪼개진다. ‘탈당 - 분당 - 제3지대 창당’ 등 정계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이고, 정당정치는 당원 대의원이 주인이다. 당원 대의원이 당헌·당규대로 대통령후보를 뽑으면 된다. 포퓰리즘적 여론조사에 의해 결정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방식이다. 당원들의 의견보다는 제3자의 의견이 중요한가. 허울 좋은 예능기법을 빈 역선택의 정치공학에 악용되기를 바라는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에 가수 오디션 서바이벌 형태인 ‘슈퍼스타K’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문호를 개방해 외부인사를 영입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란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한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밀어주기라는 의구심, 만만찮은 역풍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야권대선후보 단일화론’을 들고 나와 국민의당을 흔든다. 전국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서는 전해철 의원 등 친노·친문 성향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 친노·친문쪽은 이에 고무된 듯 “우리들은 기필코 문재인으로 정권교체를 할 것이다. 문재인은 이제 준비된 대통령이 될 것이라 말했다. 재수(再修)에 강하다”라고까지 말했다. 거침없이 ‘막 나가는’ 듯하다. 그러자 더민주가 과거 운동권 정당으로 다시 회귀하며 민심에 역주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당의 드라이브에 국민의당 입장은 엉거주춤해졌다. 국민의당 희망사항처럼 손학규 박원순 정운찬 등이 당에 입당해 대선잔치판을 키워줄지도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정신이 번쩍 난 듯 당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로 나가 새 세력과 연합하자고까지 말한다. 여기에 청와대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와 관련해 기름을 들이부었다. 우병우 논란을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세력과 통진당 해산 때문에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좌파세력이 합작해 나선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지은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청(靑)쪽 발언은 우병우 사태를 둘러싼 공론화를 지켜봐온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시각이다. 어이없지만 민초들은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꼴로 전락하고 있는 터. 여야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이는 다름 아닌 ‘돈 안 되는’ 보․혁 이념 논란, ‘그들만의 리그’인 집단이기주의, 극단적인 양극화에 따른 것이니 말이다.

다시 과제는 경제다. 그간 지역구와 국방위에 묶인 듯한 의정활동을 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강연정치를 통해 양극화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친박에 의해 손발이 다 잘려 세력화로의 갈 길은 한참 멀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근무 등 경제전문가의 이력이 주목된다. 더민주당 김종인발(發) 정계개편론도 거론되고 있다. 김종인, 그는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성공적으로 얻어낸 데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인사다. 경제난이 아직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대적 상황. 그가 “친박, 친문을 떼어내고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해 시선을 모은다. 이재오 신당도 꿈틀댄다. 경제난 극복을 위한 정치권 담론과 정계개편 움직임이 온 국민에게 실질적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귀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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