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지난해 새해 첫날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말 그대로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솔직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국정은 길을 잃었고 정국마저 꽉 막혀버린 상황에서 당시 집권당 대표로서 가졌던 깊은 고뇌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지난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김무성의 임중도원의 길은 다시 시련을 맞고 있다. 책임은 더 커졌으며 갈 길마저 더 멀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국정은 이제 분노한 민심과 직면하고 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다. 총선 참패 후 허리 굽혀 속죄하던 새누리당은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혁신비대위가 뭘 하는지는 사실 관심조차 없다. 그나마 툭툭 내뱉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확신을 더해주고 있을 뿐이다.

김무성, 이대로는 어렵다

김무성 전 대표가 과거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고, 더 먼 길을 떠났다. 이제는 집권당 대표의 무게보다 더 막중한 집권당 대선후보를 향한 먼 길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임에는 틀림없다. 아니 현 시점에서 김무성 외에 다른 대안조차 금방 눈에 띄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되고는 하지만 이는 내년 이후의 얘기일 뿐이다. 반 총장이 정말 대선에 뛰어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 무겁고 더 먼 길을 나선 김무성의 첫 행보는 세월호의 비극이 오롯이 남아있는 진도 팽목항이었다. 그 뒤에는 ‘광주 5.18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소록도를 찾아 환자들과 손을 맞잡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픈 곳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프고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김무성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한 시대의 주역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김무성의 민심 행보에는 그의 진정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스토리’가 부족하다. 무미건조하다 못해 뭔가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특위’는 지금도 새누리당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의 책임도 크다. 광주항쟁, 누가 이 피눈물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난하고 있는가. 그 유명한 ‘근현대사 연구교실’을 이끈 이가 김무성 전 대표가 아니던가. 그의 민심 행보에 뭔가 잘 설명되지 않는 이러한 ‘정서적 충돌’이 있음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애써 무시해 버리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시각이 바뀐 것일까. 게다가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정치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마치 생중계 하듯이 뭔가를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이것이 김무성 전 대표가 말한 ‘겸허한 경청’의 실체란 말인가. 그의 이런 언행이 국민과 잘 통할 것으로 보는 것일까. 임중도원의 길, 그 길의 끝은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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